미 스탠퍼드대 강연 30분 전 측근 통해 입장밝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당청회동을 계기로 급속하게 확산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 전 대표는 6일(현지시각) 수행중인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원내대표는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통해 `김무성 추대론'의 불씨를 진화한 셈이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반대한 표면적인 이유로 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로 원내대표를 선출되도록 규정한 당헌.당규 위반을 들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리 나누기'로는 당을 쇄신할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친박(친박근혜) 인사를 고위 당직에 앉히는 방법으로 여권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은 사실상 눈속임이나 다름없다는 것.
친박계 내부에서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신뢰회복 절차 없이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한다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 "특정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는다고 골 깊은 친이-친박 갈등이 해소되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한 이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알려진 게 아니냐"며 "국정운영과 당 운영을 잘해야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당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당헌당규를 어기는 `편법'을 동원,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해법보다는 정공법으로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당시 `차떼기' 때문에 당이 위기에 처했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변화하겠다'면서 국민에게 마지막 기회를 호소했고, 결국 집권까지 하게 됐다"며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혁신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전 대표는 이날 스탠퍼드대 초청강연이 예정됐던 만큼 국내 정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강연 30분 전에 이 의원을 통해 발언을 공개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자신이 국내를 비운 상황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김무성 추대론이 분위기에 휩쓸려 기정사실로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추대론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입장 설명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이나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사전 연락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칙에 맞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반대 입장 표명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당내 계파갈등 때문에 심화된 여권의 위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겠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고 정치지도자로서 다소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