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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사실 숨기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

하대석

입력 : 2009.05.05 10:09


에이즈 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환자이송업체 직원 A씨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부천시 상동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를 인천의 큰 병원으로 옮겼는데, 나중에 가족한테 '사실 에이즈 환자다. 정신병원이 어제 그 사실을 알고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기라며 쫓아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직원은 큰 충격을 받았죠. 그는 환자를 나르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손으로 환자의 배설물을 만져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이 아닌가 공포에 떨고 현재 에이즈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설물엔 에이즈 바이러스가 미약하게나마 있고, 피가 난 상처부위가 노출됐으니 가능성은 있긴 있는 셈입니다. 전문의는 확률이 0.01%도 안 된다고 했지만 그 분은 거의 밤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가 지적 장애가 있는 만큼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은 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A씨는 결국 환자가 원래 입원해있던 정신과 의원을 상대로 고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환자가 입원한 뒤 거의 1년이 다 됐건만 그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것도 의료기관으로서 도리를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에이즈 환자라고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아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입니다.

언뜻 이런 물음이 떠올랐죠.

- 정신병원에서 어떻게 입원 환자가 에이즈 환자라는 것도 모른채 보건소에 신고도 하지 않고 격리해서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았을까?

- 입원 기간 동안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면서 감염되면 어쩌려고?

- 환자이송업체 직원에게 에이즈 사실을 숨긴 것은 잘못 아닌가?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에 알아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병의원의 에이즈환자 관리에 관한 법률이 인권보호 위주로 개정됐어요. 그 내용을 보면요,

- 기존엔 에이즈 환자가 입퇴원시, 사망시 모두 보건소에 신고해야 했지만 이젠 사망했을 때만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에이즈 여부가 최초 확인되면 그때는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뒤엔 입퇴원시 신고 안 해도 된다는 거죠. 즉 병의원이 에이즈 여부를 몰라도 되고 알아도 신고 안해도 된다는 얘깁니다.

- 에이즈 환자가 원할 경우 익명으로 검진하고 익명으로 보건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가 실명을 숨길 권리를 보장한 것이죠. 정신병원이라면 에이즈 사실을 의사에게 말 안해도 됩니다. 의사는 몰라도 상관 없고요. 더불어 질병관리본부측 답변으로는,

- 에이즈 환자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말할 의무는 전혀 없고, 가명을 써도 됩니다.

- 병의원은 에이즈 감염 입원자라고 해도 일반 환자와 격리할 필요 없고,

- 예전엔 피 검사 할 때마다 에이즈 검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요즘은 특별히 필요한 때가 아니면 에이즈 검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 주변에 에이즈 사실을 절대 말해선 안된다고 하네요 (이는 환자 개인정보이므로 기본임) 따라서 해당 정신과 의원은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죠.

환자이송업체 직원이 고소해도 아마 무혐의로 종결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직원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죠.

쉽게 말해 현재 병의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는 일반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본인이 에이즈 사실을 숨기고 싶으면 의사에게 말 안해도 좋고, 의사에게 자신의 실명을 숨겨도 된다는 겁니다.

이는 성관계가 아니면 그다지 감염될 우려가 없는데도 사회적 인식이 워낙 배타적이고 격리할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다보니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바꾼 정책이죠.

그게 과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옳다는 겁니다.

에이즈 환자가 입원했다고 하면... 왠지 병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 같고 격리도 해야 할 것 같고...그런 잘못된 인식을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이죠.

혹시 에이즈 환자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해서 시작해본 취재였는데 결국 저의 인권의식 수준을 되돌아보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독하게 취재한다"  하대석 기자는 2004년 SBS에 공채로 입사에 사회부 사건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