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개그맨 '모범노동자' 선정 놓고 '시끌'
올해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춘제(春節·설) 특집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단번에 스타 반열에 오른 인기 개그맨이 노동절을 맞아 모범노동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중국이 시끄럽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그의 모범노동자 선정이 적정했는지를 토론하는 특별 좌담회를 여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쟁의 빌미는 랴오닝성 선양시가 제공했다.
이번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달말 300명의 모범노동자를 선정, 발표하면서 최근 중국 최고의 인기개그맨 샤오선양(小瀋陽)을 포함시킨 것.
샤오선양은 올 상반기 중국 연예계가 건져 올린 최고의 아이콘이다.
CCTV의 특집 프로그램인 춘제완후이(春節晩會) 단막극에 괴상한 체크무늬 치마바지에 머리에 핀을 꽂고 출연, '흐~응'하고 말꼬리를 올리는 독특한 말투와 몸짓이 예상 밖의 호응을 얻으면서 벼락스타가 됐다.
중국 최고의 재담가로 꼽히는 자오번산(趙本山)의 수제자로 입문, 16살 때부터 동북지방 전통의 설창문예인 얼런주안(二人轉)을 수련하면서 익힌 뛰어난 가창력과 재담을 무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만담 수준의 중국 코미디를 개그로 발전시켰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의 연기에 배꼽을 잡고 환호하는 대중들과는 달리 일부 공산당 관료들과 지식인들은 진작부터 통속적이고 저속하다고 그를 혹평해왔다.
선양시의 모범노동자 선정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점잖은' 비평가들이 파상공세를 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웃음을 파는 연예인이 어떻게 모범노동자가 될 수 있느냐"며 "사회에 대한 공헌과 각고의 노력 끝에 칭호를 얻은 진정한 모범노동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선양시를 비판한다.
"예술인 가운데 모범노동자로 선정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도 안된 신인 연예인에게 모범노동자 칭호를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랴오닝성 출신으로 예명도 '선양'인 그의 폭발적 인기에 기대어 홍보 효과를 누리려 했다며 선양시의 꼼수(?)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공교롭게도 샤오선양과 같은 랴오닝성 출신으로 고졸 학력에도 불구하고 노점상을 하면서 20여년간의 독학으로 최근 명문 푸단대 박사과정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차이웨이(蔡偉)씨야말로 진정한 모범노동자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때아닌 노동계급에 대한 성격 규정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그를 옹호하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주로 젊은층 누리꾼들로 "경제가 어렵고 살림도 팍팍한데 샤오선양만큼 서민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준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의 연기는 충분히 모범노동자 반열에 오를 만하다"고 샤오선양을 거든다.
시정부가 부여한, 그것도 300명 가운데 한명인 연예인 '모범노동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새삼 중국사회의 성격을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유권이 보장되고 일한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주의 색채로 덧칠되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인 것이다.
노동자 계급은 농민과 함께 공산당을 떠받치는 양대 축인 동시에 '웃음을 파는 일개 개그맨'에게 쉽게 내줄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기도 하다.
얼마 전 랴오닝성 공무원에게 중국이 자본주의국가인지, 사회주의국가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우문'에 대한 그의 '현답'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국가"였다.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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