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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트럼펫 연주자는 왜 자살했나?

하대석

입력 : 2009.05.04 09:12|수정 : 2009.05.04 14:28


지난 4월 18일 토요일 오전 9시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봄 기운이 무르익은 도심 놀이공원이 막 문을 열고 아이들과 연인들이 하나 둘 들어올 무렵입니다.

공연팀 대기실 화장실에서 트럼펫 연주자인 48살 김모 씨가 화장실 난간 기둥에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김씨는 자살 하루 전날 롯데월드 비정규직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조합원 4백여명 중 십여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그날 밤 함께 선거를 위해 달려온 참모 서너명과 롯데월드 근처에서  술을 마시다 사라진 것이 마지막이었다는데요.

그 뒤로 휴대전화로 꺼 놓았고요.

김씨는 우울증을 앓은 적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선거에서 떨어진 것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그냥 종결했는데요.

유족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상식적으로 선거에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거죠.

김씨는 특히 낮에는 롯데월드에서 퍼레이드와 공연을 뛰고, 밤무대도 뛰며 트럼펫 연주 하나로 자식 둘을 대학 보낸 성실한 인물이었다고 유족들은 말합니다.

숨진 김씨는 9년 전 롯데월드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최초로 만든 인물입니다.

정규직 노조와 사측의 견제 속에 힘들게 비정규직 노조를 출범시켜 현재 4백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성장하도록 싹을 틔운 장본인이죠.

출범 당시 김씨는 사무국장 일을 하다 노조 일은 그만뒀는데, 함께 노조 출범을 이끈 당시 노조위원장과 사이가 틀어졌고, 점점 노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왔는데, 최근 현 노조가 정규직화를 포기하기로 사측과 합의하자 위원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비정규직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기존 위원장 계열의 사람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자리를 독식했고, 이해하기 힘든 선거방식을 내놨다고 합니다.

모든 투표지에 일련번호를 일일이 적어놓은 것이죠.

게다가 투표소 내부를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에 김씨 측은 비밀투표의 원칙을 어겼다고 항의를 해왔다고 합니다.

결국 공정치 못한 선거방식으로 인해 불과 십여표 차이로 낙선했고 자신이 만든 비정규직 노조가 제 갈길을 못 가게 됐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힘들어하다 숨졌다는 것이 유족 주장인데요.

김씨의 주변 분들은 저와의 통화에선 선거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 상대방측과 기존 노조위원장과 김씨 사이의 구체적인 갈등관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들은 '저도 김씨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유족들에겐 '언론에 말 잘못 했다가는 후환이 두렵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김씨의 자살이 영 석연찮은 것도, 김씨 주변 직원들이 저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도 이땅의 비정규직 노종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웅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독하게 취재한다"  하대석 기자는 2004년 SBS에 공채로 입사에 사회부 사건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