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1일 오전 9시45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 혐의로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검찰에 소환됐다.
그로부터 13년6개월이 지난 2009년 4월30일 오후 1시19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다녀갔던 대검찰청 청사를 다시 밟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다 곧바로 영장이 발부돼 안양교도소에 구속수감됐던 점을 감안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를 찾는 두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 셈이다.
이들 두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그다지 흔치 않은 '노(盧)' 씨라는 성(姓)을 가졌다는 점에서부터 닮은 점을 갖고 있다.
1932년에 태어난 노태우 전 대통령이 63세가 되던 해 검찰에 소환됐고 19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63세가 된 해 검찰에 소환된 점도 같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신축돼 자신이 재임 중 지은 건물에서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대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 조사실 수리 예산을 배정해 그가 퇴임한 뒤인 지난해 4월14일 특별조사실인 1120호를 만들었는데 친형 건평씨가 처음 조사를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자신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 점도 엇비슷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당시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을 임명했는데 자신이 임명한 총장의 수사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다.
검찰에 소환된 이유도 같은 점이 있다.
혐의도 똑같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다시 말해 재임 중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포괄적 뇌물'이라는 점이다.
혐의를 모두 부인했거나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그러나 13년 반이라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차이점도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십개 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원자로 알려진 1개 기업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을 뿐이다.
또 혐의를 부인하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가성이 없다"고 했다. 당시에는 '포괄적 뇌물'이란 말이 생기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포괄적 뇌물'이 대법원 판례로 확정된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가성이 없다"가 아닌 "나는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서로 다른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사받은 조사실은 당시 'VIP룸'으로 통했던 1113호실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개조된 VIP룸인 1120호 특별조사실이다.
검찰 청사에 들어서기 전 남긴 말도 달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은 채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와서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짤막한 말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면목없는 일이죠", "다음에 하시죠"라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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