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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밥보다 철학'

입력 : 2009.04.29 18:31


"노숙인은 `유령인간'이 아닙니다."

노숙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남희 성프란시스대학 철학과 교수가 29일 한림철학교육연구소의 초청으로 춘천 한림대학교를 방문해 `노숙인의 삶과 철학'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날 강연에는 한림대와 강원대 학생 등 50여명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박 교수는 "노숙은 집이 없어지거나 가정이 해체돼 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이라면서 "현대사회의 노숙은 경제적 요인으로 급작스럽게, 비자발적으로,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숙인은 자신을 부랑인, 걸인, 행려병자, 준범죄인, 지체장애인, 낙오자 등의 `유령인간'으로 취급하는 사회의 인식을 고스란히 내면화 한다"면서 "인권의 관점에서 노숙인의 철학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술 마시고 수업에 들어와 드잡이를 하던 노숙인들도 차츰 대화를 나누면서 상처를 드러내게 되고 철학적 주제를 두고 벌이는 토론이 실생활과 이어지면서 상처를 치료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르바'라는 별명의 한 노숙인이 15년간 돌보지 않았던 아들을 다시 만나 경마중독을 치료하는 등 변화를 겪고, 이 과정에서 다른 노숙인들도 희망을 되찾게 됐다는 사례를 들며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인 빈곤도 문제지만 자신감, 존재성,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도 절박하다"면서 "노숙자들도 인문학과 철학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자기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로 강의를 끝맺었다.

성프란시스대학은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2005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강좌를 개설한 이후 4차례에 걸쳐 5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지난 3월 5기 과정을 시작했다.

(춘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