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서 `3억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거짓 진술을 했다는 점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방어 논리가 무너진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특유의 승부사인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의 수사 내용을 무력화할 회심의 반전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06년 8월 서울역에서 박 회장 측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7일 오전 검찰에 체포된 직후만 해도 개인용도로 이 돈을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같은 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또 청와대 관내에서 박 회장 측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에 대해서도 권 여사에게 넘겼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권 여사의 경우 공무원이 아니어서 돈을 받았다고 해도 뇌물죄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권 여사 역시 정 전 비서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정 전 비서관에게 3억원을 빌리라고 했고 청와대에서 건네받아 채무 변제에 썼다"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정 전 비서관을 거들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보강수사를 벌였고 결국 이 돈이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권 여사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과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준 3억원을 정 전 비서관의 개인 비리로 보고 수사했는데 왜 갑자기 권 여사가 썼다고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제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전 비서관의 혐의를 줄여주기 위해 권 여사가 허위진술을 했다면 외국에서는 사법방해죄로 처벌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 역시 혐의를 시인했으며 3억원 관련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권 여사가 3억원을 받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기존 해명의 신뢰성이 타격을 입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견고하게 구축한 `방어벽'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고비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노 전 대통령이 이번엔 어떤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 검찰에 맞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단은 검찰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는 그동안 내놨던 해명을 그대로 반복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 여사가 돈을 받아 실제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으며 자신이 `의문의 600만 달러'와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도 정 전 비서관의 자백이나 직.간접적인 증거 등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의외의 패를 보여줌으로써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홍 기획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별 달라진 게 없다"던 종전 발표 내용과는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답해 수사에 진척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