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공교육 강화 정책 여파
사교육 열풍으로 끝없는 호황을 누려온 학원가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가계사정이 빠듯해진 학부모들이 학원비 지출을 줄이고,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억제 정책이 서서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서울 도봉구에 있는 A입시학원.
2∼6층에 자리 잡은 30여 개 강의실 중 10여 개의 불이 꺼졌고, 수업이 이뤄지는 강의실도 30석 남짓한 자리 중 `주인 없는 것'이 많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학원장 황모 씨는 "작년 이맘때보다 학생 수가 20% 정도 줄고 호황기에 비해선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가에도 이제 불황이 덮치기 시작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간 강동구에 있는 B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학원은 작년 말부터 수강생이 줄어 지금은 7개 강의실 가운데 4개만 사용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학원비도 낮춰 받고 있다.
학원장 이모 씨는 "적자를 메우려고 다른 학원에서 강사로도 뛰고 있다"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자신처럼 강사로 활동하는 소규모 학원장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원가에 닥친 불황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료 취합이 안 된 북부교육청을 제외한 10개 지역교육청 가운데 4월 기준으로 등록학원 수가 작년 말보다 줄어든 교육청은 동작, 동부, 남부, 중부, 성북 등 5곳이다.
감소폭은 각 교육청별로 10개 안팎의 미미한 수준이지만 늘기만하던 학원 숫자가 감소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학원가의 성장 가도에 제동을 건 것은 경기불황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B학원장 이씨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학부모들이 아이들 학원비부터 줄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작년 말부터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저소득층 가정에서 더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사교육 부문에서도 `빈익빈(貧益貧)'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의 방과후 수업 확대 등과 같은 새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도 학원가에는 독이 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방과후 수업이 활발한 학교의 주변 학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원의 심야수업까지 금지되면 문 닫는 학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가의 침체가 사교육에 밀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던 공교육이 살아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3 수험생을 둔 이모(45.여) 씨는 "모두 학원에 가는데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내 아이만 보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교육 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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