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최대 위기
북한 개성시 봉동리 일원에 3백30만 제곱미터로 조성된 개성공단.
남측의 자본과 선진기술, 북측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단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으로 지난 2004년부터 본격 가동돼, 지금까지 백여개의 남한 기업이 입주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최근 관계가 경색된 남북을 잇는 민간외교의 가교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개성공단에 지난해말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 북한 정부는 남측 정부가 미국과 협력해 대북 적대정책을 펴고 있다며, 갑자기 남측의 개성공단 상주 인력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통보했습니다.
이때문에 입주업체들은 10개 중 7개 꼴로 개성에서 인력을 철수시켜야 했죠.
그리고 한·미 함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시작된 지난 3월 9일, 북한은 우리 기업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합니다.
이후 훈련이 끝나는 20일까지 모두 3차례, 일주일간 출입을 차단했습니다.
3월 21일 이후 개성공단의 출입은 다시 정상화됐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업체들은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보름만인 4월 5일,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로켓을 발사했고, 우리 통일부는 북한에 체류하는 인원의 신변안전을 보호한다며, 방북인원을 평소의 절반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계속되는 생산차질과 신인도 하락.
악재가 잇따르면서 국내 언론에서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일부가 철수를 고려한다', '생산설비를 남측으로 옮겼다', '일부 업체가 부도직전이다'라는 소문 수준의 오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는 개성공단 업체들이 입은 피해가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대부분 출입처인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중소제조업체들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저곳, 이 사람, 저사람을 만나며 취재를 했죠.
결국, 103개 입주업체들이 4월초쯤 국회에 제출한 두 페이지짜리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입주업체들은 올해 들어 북측의 통행차단 조치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 등으로 2백27억원의 직접적인 피해를 봤습니다.
특히, 개성공단의 미래에 불안을 느낀 해외바이어들이 주문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오는 10월까지 천7백억원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도합 2천여억원의 피해를 본 것이니, 입주 업체당 20억원 꼴로 손해를 본 셈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로켓발사 등으로 인한 개성공단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문서에 써 있는 데이터가 과연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 입주업체를 찾았습니다.
이 업체는 의류를 제조해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인데, 지난 2007년, 남한에 있는 공장 두 곳을 팔아 마련한 돈 8억원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와의 원가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취한 조치였죠.
현재 이 업체는 한달에 80달러를 월급으로 받는 북한 종업원 2백명을 거느리고 있고, 지난해 입주 1년만에 손익분기점을 통과하는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주인력의 철수가 시작된 지난해말부터 발생했습니다.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북 정부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납품차질을 두려워한 바이어들이 잇따라 주문을 취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옥성석/업체 대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 : 넉달간 3천만원씩 주문이 취소됐습니다. 1억2천만원 손해를 봤는데, 이런 식으로 주문취소가 이어진다면 기업 기반이 흔들립니다. 저는 남측 공장을 다 정리하고 개성에 '올인'했습니다. 개성공단이 쓰러지면 저는 재기불능입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더 이상 악재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되는 우리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에 대해서도, 북측이 개성공단을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애써 여론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걱정이 현실이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이 우리정부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 중대사안을 통보할 것이 있다며 모레 개성에서 남북 당국자간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온 것입니다.
통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PSI 참여발표와 연계된 내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만약, 개성공단의 출입차단이나 업체 관계자의 추방 등의 극단적인 조치가 나올 경우, 입주업체들은 최악의 타격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실추됐던 개성공단의 브랜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게 돼, 기업활동이 사실상 힘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은 "아직도 개성공단의 원가 경쟁력은 중국, 동남아보다도 뛰어나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만 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고, 이때문에 철수를 고려햐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협의회의 또 다른 간부는 익명을 요구한 채, "PSI 참여에 대해 북한이 대응한다면 이제는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타들어가는 속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
마지막 남은 '남북경협의 끈'이라고 불리는 만큼, 업체 뿐만 아니라 대다수 우리 국민들도 그대로 존립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정치적 볼모'가 되고 있는 지금, 그 미래를 장담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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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형주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한 김기자는 이전에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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