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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없는 '납땜 호흡기'는 살인무기

입력 : 2009.04.16 10:54

'인명구조 시스템' 허술 확인…재정비 시급


속이 텅 빈 '납땜'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를 유통시킨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우리 사회의 '허술한 인명구조 시스템'이 다시 한번 확인돼 재정비가 시급하다.

공기호흡기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2005년 1월부터 지하철 지하역사 등 100명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의무적으로 비치토록 한 구명용 소방장비 가운데 하나지만 소방장비업체 대표 김모(52) 씨 등 3명은 폐기처분된 공기흡입기를 버젓이 정상 제품으로 속여 팔아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소방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내용연수(耐用年數) 15년이 지난 공기흡입기는 지름 5㎝ 크기의 구멍을 뚫어 폐기처분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 등은 구멍을 납땜으로 메운 뒤 땜질 부위에 제조업체 상표를 붙여 가리는 수법으로 정상제품으로 둔갑시켰다.

문제는 이들이 유통시킨 '납땜' 공기호흡기는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산소를 압축 저장할 수 없어 화재 때 구명장비로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상 공기호흡기는 300kgf/㎠로 산소가 압축돼 있어 분당 40ℓ를 호흡한다고 가정할 때 50분 가량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에 적발된 '납땜' 공기호흡기는 산소 함량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특히 납땜 공기호흡기는 살인무기가 될 수 있어 관리의 중요성은 더 크다.

지난달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양소방서가 이 병원에서 공기호흡기를 무료 충전해 주는 과정에서 납땜 부위가 '펑' 소리를 내며 마치 총알처럼 튀어 나온 것이다.

파괴력으로 보아 소방관이나 주변 사람이 맞았다면 자칫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납땜을 할 경우 공기통의 소재인 알루미늄과 용접이 안돼 사실상 충전이 불가능하다"며 "사용기한이 지나면 공기충전 때 폭발 가능성이 높아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물론 이 호흡기가 설치돼 있는 시설에서조차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불량 호흡기의 유통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뒤늦게 공기호흡기 설치 의무시설 2천8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불량 공기호흡기의 정확한 유통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이같은 사고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다.

전국적으로 소방서 183곳에 2만6천736대의 공기호흡기가 비치돼 있는데 지난해 10월 사용시간 30분용을 50분용으로 교체하며 폐기된 상당수의 공기호흡기가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방당국은 공기호흡기 폐기에 대한 관리규정이 없어 소방서마다 폐품처리 보고만 받은 뒤 폐기업체나 고물상에 고철값만 받고 팔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선 소방서는 '호흡보호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위생관리, 규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다중이용시설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어 작동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소방당국은 법이 시행된 지 4년여가 지난 최근까지 다중이용시설을 상대로 단 한번도 공기호흡기 자체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소방서를 상대로 공기호흡기 폐품처리 실태를 파악한 뒤 조만간 폐기처리 규정을 마련해 고시할 계획"이라며 "소방서의 공기호흡기 관리기준을 다중이용시설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