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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샐러리맨] 계절 앞서가는 디자이너 세계

입력 : 2009.04.14 18:11|수정 : 2009.04.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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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성들의 치맛자락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거리에는 온통 봄빛처럼 화사한 의상들이 넘쳐나는데.

하지만 마음은 이미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로 향한 이들이 있다.

[손정완/패션 디자이너 : 항상 디자이너들은 시즌을 앞서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김서룡/패션 디자이너 : 조금 더 새로운 것들을 빨리 더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

남들이 봄을 얘기할 때 벌써 가을 겨울을 준비하는 바쁜 손길들.

계절을 훌쩍 뛰어 넘어 유행을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들의 숨 가쁜 일상을 쫒아가 보자.  

서울 패션위크 F/W 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들이다.

[손정완/패션 디자이너 : 오늘 2010년 FW 쇼가 있는 날이라서 지금 정신이 없는데요.]

화려한 의상들과 형형색색의 빛나는 액세서리들.

혹시 빠진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데.

[스타일링의 완성도를 높이는 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악세사리 컨펌이 다 끝나야지만…]

한 겨울에나 봄직한 두꺼운 털 코트에 화려한 비즈까지.

올 겨울 패션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데.

계절을  앞서 가야 하는  패션 디자인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

[여름에 겨울옷을 하고 겨울에 여름 옷을 해서 그 감각을 균형을 맞추기가 좀 힘들 때도 있어요.]

연출가에게 리허설은 실제 쇼보다 더 긴장된다.

[자, 여러분 빨리!]

모델들의 워킹에서 포즈, 그리고 동선까지 하나하나 정검하는 눈빛이 날카롭다.

[정소미/패션쇼 연출자 : 저는 패션쇼 연출자예요. 전체 무대, 조명, 음향, 모델, 의상을 하나로 만드는 사람이죠.]

갑자기 리허설을 중단하고 모델들을 불러 모으는 연출자.

[전부다 이쪽으로 나오라고 해 봐!]

모델들도, 연출자도, 디자이너도 모두들 심각한 표정.

뭔가 단단히 문제가 생긴 듯한데.

[표정이 좀 밝고, 도전적이고, 자신감 있는 표정을 원했는데 다 우울한 표정이어서 지적을 했고요.]

모델들의 워킹에서부터 의상 하나하나까지 리허설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스티치 스넵을 여기 하나하고 여기 위쪽에 하나 더 달아줘.]

패션쇼 한 시간 전.

전시장 앞은 벌써부터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무대 뒤쪽에서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준비로 분주하다.

[오민/헤어 디자이너 : 업 스타일 자체는 굉장히 네추럴 하고요. 그러면서도 약간 아방한 느낌이 많이 들어간 거죠.]

패션쇼 시작 10분전.

객석은 이미 발디딜 틈도 없이 가득찼고.

하지만 이 순간, 무대 뒤는 초긴장 상태.

쇼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의상도 다시 한번 꼼꼼히.

이번 쇼를 준비한 디자이너도 모델도 긴장되기는 매한가지다.

[한번 나갔다가 들어오면 다시 손을 볼 수 없고, 한번으로 끝나기 때문에 실수없이 나갈 수 있도록…]

[이혜정/패션모델 : 기분은 매번 항상 설레고요.]

[지호진/패션모델  : 대게 긴장되고 떨리는데요.]

드디어 음악과 함께 시작된 패션쇼.

디자이너의 땀방울과 스텝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인데.

유행이란 시대적 흐름을 담고 있기 마련.

이번 패션쇼에도 불황이라는 경제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고.

[저도 역시 불황에 대한 반감 때문에 더 화려하고 더 럭셔리하고, 더 도전적인 느낌으로 우리 다 잘 해낼 수 있다 그런 느낌으로 실루엣도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했어요.]

그런 현상은 남성복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은데.

이번 서울패션위크 F/ W에서 남성복을 선보인 김서룡 디자이너.

[김서룡/패션 디자이너  : 컨셉이 "당신은 얼마나 멀리 날 수 있나요" 인데, 사실 지금 굉장히 경제적으로 전세계 불황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패션도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조금 더 다지면서….]

한 벌의 의상이 무대 위에 올려지는 시간은 고작해야 1분 여.

하지만 한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디자이너가 쏟아 부은 시간은 수천 수만배다.

이번 쇼를 위한 준비도 이미 서너달 전부터 시작됐다.

[디자인을 잡고 컨셉을 잡고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니까 4, 5개월 걸리는 것 같아요.]

디자인 컨셉이 정해지면 컨셉에 맞게 패턴작업을 하고 디자인을 최대한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원단을 찾아내 매치시키는 것도 디자이너의 일.

[옛날 아버지들이 입었던 것 같은 복고풍의 원단.]

옷을 통해 시대를 담고 누구보다 앞서 트렌드를 제시해야하는 디자이너.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야 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거기서 오는 굉장한 재미도 있어요.]

패션쇼를 한 달 여 앞두고 피팅 작업이 이뤄지는데.

의상을 돋보이게 해줄 안성맞춤의 모델을 찾는 것도 완벽한 패션쇼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 작업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수의 모델들만이 패션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장대명/패션모델 : 한 500명 정도가 오디션을 보거든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뽑히는 인원은 15명이예요.]

이렇게 수많은 땀과 노력, 열정이 어루러진 순간이 바로 패션쇼인데.

디자이너에게 패션쇼는 어떤 의미일까?

[공부죠. 쇼를 하면서 계속 뭔가 더 자극을 받고, 준비를 해야되는 단계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여름에는 겨울, 겨울에는 여름.

남들보다 한발 앞서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는 패션디자이너.

한국을 넘어 세계로 발돋움하는 그들의 디자인을 통해 한국 경제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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