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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추가 제작 권유, 함정수사 아니다"

입력 : 2009.04.13 09:14

고법 "애초 범행의사 있었다면 함정수사 성립 안돼"


경찰의 정보원이 위조지폐를 만든 20대 남성에게 추가 제작을 제의한 뒤 이를 입수해 수사기관에 전달했다면 함정 수사로 볼 수 있을까?

13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사업을 하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된 김모(27)씨는 생활비와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포토샵과 스캐너 및 프린터 복합기 등을 이용해 1만 원권 지폐와 자기앞수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만든 위폐 사진을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에게 휴대전화로 보내줬는데 A씨는 자신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경찰관 이모씨에게 이 사실을 제보했다.

이씨는 다른 증거가 더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며 증거물을 확보하라고 요청했고, A씨는 김씨로부터 앞면만 위조된 위폐를 입수해 전했다.

A씨는 김씨에게 '아는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가능성이 있다, 뒷면도 한번 해보라'고 말해 양면이 모두 인쇄된 위폐를 받아냈다.

이후에도 그는 추가 제작을 제의했고 김씨는 1만 원권과 10만·100만 원권 자기앞수표를 위조했다.

며칠 뒤 경찰은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그는 위조한 돈을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통화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자신이 A씨의 제안으로 위조지폐를 제작했기 때문에 일종의 함정수사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고법도 애초 범행 의사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임시규 부장판사)는 "김씨가 위폐 사진을 A씨에게 보낸 뒤 추가 제작 권유가 있었던 상황 등에 비춰볼 때 A씨의 말에 따라 범행 의사를 갖게 됐다고 보기 어렵고 사진 전송 전 이미 범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A씨가 사진을 보여주자 이를 통해 혐의를 인지했을 뿐 속임수나 계략을 사용해 김씨의 범행 의도를 유발한 것은 아니므로 함정 수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함정 수사는 범죄 의도가 없는 사람을 속여 범행 의지를 유발해 검거하는 것으로 원래 의도가 있을 때 범행 기회를 주거나 그 실행을 쉽게 한 것은 함정 수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