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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또 다시 통상 현안으로 부상

입력 : 2009.04.10 10:57


캐나다 정부가 자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함에 따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사태에 이어 또다시 쇠고기가 통상 현안으로 부상했다.

캐나다는 2003년까지만 해도 국내 4위 쇠고기 수입국이었지만 그해 광우병(BSE)이 발생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돼 지금까지 수출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캐나다 쇠고기 수입 중단 6년

10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2002년 캐나다산 쇠고기는 약 1만6천400t, 3천740만달러어치가 국내에 들어왔다. 미국(64%), 호주(26%), 뉴질랜드(6%)에 이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였다.

그러나 2003년 5월 캐나다 알버타주에서 첫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다 2007년 5월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고 이후 한국에 수입 재개를 요청해왔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 따르면 일부 국가는 이미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 획득 이전부터 캐나다에 쇠고기 시장을 개방했다. 홍콩은 2004년 11월, 일본은 2005년 12월, 대만은 2007년 6월 각각 수입을 재개했다.

한국도 2007년 11월 수입 재개를 위한 기술협의(협상)를 시작했고 이후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밀려있다가 지난해 11월 두 번째 회의가 열렸지만 때마침 같은 달 캐나다에서 열다섯 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캐나다는 이처럼 수입 재개 협상 절차가 지연되자 지난달 게리 리츠 캐나다 농림.농식품성 연방장관이 직접 방한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6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선을 긋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가 왔다"면서 "WTO 제소도 고려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그러나 국내의 민감한 '쇠고기 정서'를 고려해 6월에 협상을 다시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는 '상반기 중 수입 재개'를 요청한 캐나다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작년 11월에 열다섯 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한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 섣불리 빗장을 풀 경우 국민의 저항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는 결국 'WTO 제소'를 택했다.

◇ 왜 제소했나

캐나다는 그동안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란 점을 들어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청해왔다. 내부적으론 자국 축산 농가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92년부터 광우병 검사를 실시해오고 있고 지금까지 15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가 식품으로 유통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든다. 또 캐나다산 쇠고기를 섭취해 광우병 관련 인체 질환에 걸린 일도 없다고 강조한다.

'광우병 소'는 있지만 '광우병 쇠고기'는 없었던 만큼 수입해도 안전하다는 논리다.

캐나다가 'WTO 제소' 절차를 택한 것은 지금 같은 교착 상태에서는 쇠고기 수출을 위한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 동요를 겪었던 우리 정부로서는 광우병이 '진행형'인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상적인 협상을 통해선 신속한 수입 재개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다른 채널을 통해 '압박'하기 위해 WTO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캐나다는 일단 문제 해결을 위해 분쟁 해결의 첫 단계인 '협의'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밝혀 실질적인 분쟁 절차인 '분쟁 해소 패널'까지는 안 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엔 분쟁 해소 패널 절차를 밟을 경우 해결까지 2∼3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엔 수입이 보류된다. 캐나다로선 그만큼 시장 개방 시기가 늦춰져 '실익'을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 정부 대응과 향후 전망

정부는 일단 "캐나다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양자 협의 등에서 WTO 협정 등 관련 규정을 토대로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입장을 지키면서 양자 협의에서 타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한 상태에서 쫓기듯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협의 단계에서 합의에 실패하고 분쟁 해소 패널 단계로 넘어갈 경우 승산이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만약 WTO에 가면 우리가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패소한다고 예단하긴 이르다"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쟁 해소 패널 단계로 갈 경우 다른 나라들이 여기에 동참할 수도 있다. WTO는 다자(多者) 협상 체계이기 때문이다. 장태평 장관도 "우리나라에 교역 수요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전부 달라붙어 공동으로 (분쟁이) 추진되고, 만약 지면 참여한 나라들에 대해 전부 다 협상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분쟁으로 넘어갈 경우 쟁점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 간에는 자의적이거나 비정당한 방법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WTO 규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측은 이 규정을 들어 미국과 마찬가지로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캐나다산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광우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와 미국이 비슷한 조건에 있지 않다는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