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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통과의 의미와 전망

입력 : 2009.04.09 16:22

일본 정부·학계의 역사인식 '불변' 보여줘, 관계개선 표방불구 극우파 장악…"해결은 먼길"


일본 문부과학성이 9일 한국사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일본의 한국 침략 정당성을 담은 내용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주도의 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은 일본 정부와 학계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전혀 변화가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측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 신시대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 실무자나 학계에서는 일본의 과거 한국지배를 정당화하고 한국사를 부정하는 내용의 연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새역모의 교과서 검정은 이 단체의 최근 동향을 고려할 때 충분히 통과가 예상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현재 보급된 중학교 역사교과서 가운데 가장 왜곡 수위가 심한 것으로 평가되는 후쇼샤(扶桑社)판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새역모 회원들이었기 때문이다.

후쇼샤는 일본의 극우 신문인 산케이(産經)와 후지TV를 거느린 후지·산케이 그룹의 계열사다. 이 회사는 2006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 취임 이후 새역모와의 관계 단절을 시도하고 나섰다.

새 총리 출범과 함께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했던 아베 당시 총리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역사교과서 출판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는 것이 당시 분석이었다.

이에 따라 후쇼샤와 결별을 하게 된 새역모는 지유샤를 통해서 자신들이 만들어온 역사 교과서를 출판키로 하고 지난해 검정 신청을 거쳐 이날 내년부터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새역모가 지유샤를 통해 발간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도 종전 후쇼샤판과 거의 같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 과정에서 총 560곳의 기술에 대해 문부과학성의 교과서검정심의회에서 지적을 받고 정정을 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 한반도 위협설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등의 내용은 종전 후쇼샤판 교과서의 판박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국 정부는 즉각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요청했지만, 그동안 역사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의 일본 정부의 대응 방식을 볼 때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독도의 영유권 기술로 한일관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중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기준으로 하는 새 교과서 검정이 올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역사 교과서 검정 신청이 새역모의 지유샤판 하나였던 것도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올해엔 일단 종전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고 2009년 이후 새 교과서 검정을 받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다른 출판사들이 새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에 근거해 교과서를 개정할 경우엔 독도와 관련된 언급이 종전보다 더 상세하게 기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일간 갈등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외무성 홈페이지에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독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란 내용의 문건을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총 10개국어로 만들어 게시한 데 이어 동해의 명칭이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문서도 올려놓는 등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본측 입장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한국이 2008 국방백서에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명기한데 대해 한국에 오히려 항의하고 나서는 등 전혀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거론할지, 또 거론한다면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가 양국 관계에 있어서 또 한차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오는 9월 도쿄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재일교포와 현지 한국 기업인, 일본 국민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한일 대축제를 열고 양국간 우호 증진에 나설 방침이지만 이런 역사나 영토 문제가 다시 쟁점화될 경우 그 취지도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