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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달러 외평채 발행…위기설 '굿바이'

입력 : 2009.04.09 11:10


정부가 9일 30억 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를 짓눌러온 각종 '위기설'을 떨쳐낼 수 있게됐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는 전액이 외환보유액에 잡히는 등 그 자체로 외화조달에 숨통을 트는 역할을 하는데다 국내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들에 기준금리 제시 역할도 하게 돼 앞으로 민간 부문의 외화차입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 "국가신인도 '이상무' 확인"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외평채 발행 성공은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에 드리워있던 불안감을 한꺼풀 걷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 나라의 정부가 자국 통화의 가치 안정과 투기적 외화의 유출입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하고 그 재원조달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 발행하는 채권이 외평채다.

따라서 외평채가 국제무대에서 납득할만한 금리로 발행됐다는 것은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안전성과 정부의 지급보증 능력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 된다.

정부는 작년 9월에도 흔들리는 외환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외평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터진데다 미국 금융시장 자체의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금리가 크게 올라 발행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외평채 발행 이유의 하나였던 국내 '9월 위기설'이 사그라들어 굳이 무리하게 외평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로드쇼까지 하면서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만큼 체면을 구길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걷잡을수 없는 신용경색에 빠져 각국 실물경제로까지 타격이 번졌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미국의 은행권 손실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고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으로 시장 불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외평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돼 선제적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경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물량과 금리, '두마리 토끼' 잡기

외평채 발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발행 물량과 금리다.

발행 성공 여부가 대외적 명분을 나타낸다면 물량과 금리는 실리를 뜻한다.

작년 하반기의 신용경색 상황에서도 외평채 발행이 아예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적은 물량을 매우 높은 금리에 발행해야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경우 외평채 발행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물 전체에 대한 벤치마크 금리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번에 발행한 30억 달러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10억~20억 달러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금리도 10년물 기준으로 미국 국채대비 437.5bp(1bp=0.01%포인트)로 환산하면 7.26%가 된다. 1998년의 9.08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각종 거시 지표가 이미 외환위기 수준에 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1년 전에 비해 200bp 가까이 낮은 것에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발행을 많이 하려면 금리를 더 주어야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물량이나 금리 모두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애초 10억~20억 달러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주문금액이 80억 달러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금액을 늘리고도 금리는 크게 높이지 않을 수 있었다.

김익주 국장은 "이번 외평채 발행은 그동안 환율 절하로 인한 외화유동성 확충과 한국물을 위한 벤치마크 금리 제공 등 두가지 목적을 갖고 있었다"며 "물량과 금리를 일정부분 타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기업.은행 해외 차입 봄바람 '솔솔'

국내 기업과 은행들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외화 차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스코는 7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5년 만기에 발행금리 8.95%로 발행했으며 SK텔레콤도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CB)를 발행하는데 성공한 상태다.

기업은행도 5억~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나서는 등 4~5월에만 시중은행과 기업의 외화 차입 규모가 20~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이번 외평채의 성공 발행은 이들 은행과 기업의 외화 차입 조달 금리를 내리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과 포스코 등 초우량 기업들이 해외 차입을 할 경우 이번 외평채 가산 금리에 50~100bp 정도를 추가하는 선에서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주 국장은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은행이나 기업의 외화 조달 금리는 분명 내려갈 것으로 본다"면서 "시장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외평채 발행을 계기로 은행과 기업의 외화 차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수출입 관련 부문을 제외하고는 시중에 외화 유동성 공급을 줄일 방침이다.

김 국장은 "외화 차입이 어려웠을 때는 한은과 함께 시중에 외화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차입 시장이 열리고 있어 수출입 관련 외화 유동성을 제외하고는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줄이려고 한다"면서 "물론 시중 은행들의 외화 차입 추이를 보면서 유동성 경색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