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떠오르는 등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박연차 게이트'와 '정태수 회장의 한보사건'이 닮은꼴이란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통령 본인이나 최측근 인사까지 연루된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보사건'은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대출 편의 및 국정감사 선처 명목으로 유력 정치인과 은행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린 사건으로, 검찰이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난 이후 부실대출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두 사건의 가장 큰 공통점은 당시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아 줄줄이 구속됐다는 점이다.
한보사건에서는 당시 실세였던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1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해 황병태·정재철 의원과 김우석 내무장관, 야당인 권노갑 국민회의 의원이 쇠고랑을 찼다.
당시 구속된 정치인과 은행장은 모두 10명이고 정치인 30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김영삼 정부의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 씨까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사가 정점을 이뤘다.
이번 사건에서도 야당 중진인 이광재 의원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전·현직 정치인이 구속됐고 박진·서갑원 의원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까지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수사 대상자를 20여명 선으로 압축하고 10명 안팎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당발 인맥을 활용해 박 회장이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 대상자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까지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는 이전 정권의 핵심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양상이다.
또 정 전 회장과 박 회장 모두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사과박스와 라면박스 등을 이용해 거액의 현금만을 전달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부정한 돈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인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정치권 인사들이 수사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도록 한 것도 두 사건의 닮은 점이다.
그러나 '한보사건'은 정 전 회장이 부도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치권 인사에게 거액을 뿌린 대표적인 정·경 유착 사건이라면 '박연차 게이트'는 지역 기업인이 친분이 있는 정치인에게 보험금 명목으로 금품을 살포한 개인비리 사건이라는 차이점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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