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노후차를 교체하면 개별소비와 취등록세 70%를 감면해준다는 이른바 '자동차 산업 활성화방안'을 마련했다 발표했습니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차량 교체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자동차 회사를 돕고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고, 또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노후차량의 신차교체를 유도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가 밝힌 정책 마련의 배경입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5월부터 2000년 1월1일 이전 등록된 차량을 신차로 바꿀 경우 개별소비세와 취득, 등록세 등 자동차 관련 세금을 250만 원 한도에서 일괄적으로 깎아주는 겁니다.
부품업체를 포함해 경제활동인구의 6.7%인 160만 명을 고용하고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방대하다는 자동차 산업을 방치하면 경기회복은 물론 고용에 악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미국과 유럽등도 차 산업 보호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볼때 어느 정도 명분이 있는 정책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최종 결정한 방안이 아닌 설익은 정책인데다 업계와의 조율, 당정협의와 국회의 입법절차 등 거쳐야 할 과정이 상당한데도 이 방안이 확정된 것처럼 알려지면서 발생됐습니다.
당초 지원책의 조건으로 자동차 업계의 자구노력, 특히 경직된 노사관계 개선을 약속받고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결정되기 전에 언론에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이 꼬였고,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 확정되지 않은 안을 미리 발표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담당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자동차업계의 자구노력,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지만 이미 지원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업체들에 강하게 요구하기가 어려워져 버린 꼴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지원책이 시장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사려던 소비자들은 당연히 세금을 덜 낼 목적으로 제도 시행까지 자동차 구입계약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미 계약한 차량을 취소 또는 인도 시점을 연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요새 자동차 대리점엔 이같은 상담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메이커들은 당장 4월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판매조건을 조정해야 함에도 최종안의 시기와 감면폭 등을 예측하지 못해 적절한 조건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세금 감면 받기 위한 노후차의 보유기간이나 보유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아 발표된 안대로라면 중고차를 지금 사서 하루만 가지고 있어도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가능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미 신차를 올해 구입한 소비자들은 몇 달 차이로 세금혜택도 못받고 또 신차값 하락에 따른 중고차값 하락의 이중 피해를 입게된다며 불만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소형차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대당평균 100만 원대 정도의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평균으로 말할 문제가 아닙니다.
소형차를 사면 70만~80만 원 세금이 줄지만, 그랜저 같은 대형차를 사면 한도액인 250만 원까지 세금이 즐어듭니다. 결국 감세혜택을 많이 받으려면 대형차를 사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이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타도록 유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과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전문가들이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서민이나 중산층의 구매 활성화를 유도해야 하는데 이번 정책은 대형차에 유리한 세금정책이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고연비의 소형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통해 내수진작과 환경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게 보통의 정책방향입니다. 이탈리아는 연비가 리터당 18킬로미터 이상인 소형차, 스페인은 리터당 20킬로미터 이상인 경차에 지원하고, 일본과 중국, 독일 등도 소형차와 친환경차를 구입할 때만 세금을 깎아줍니다.
정부는 자동차 회사의 뼈를 깎는 자구책과 노사관계 정상화 등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패를 다 보여준 상태에서 최적의 자구안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요구한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것도 시기나 내용에 있어 불분명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식경제부가 섣불리 지원책을 발표한 후 청와대가 자구노력도 끌어내지 않고 왜 먼저 선물을 줬느냐며 질책했다는 후문도 들려옵니다.
결국은 누가 더 잘못했다기 보다는 이런 정책을 큰 그림에서 보고 효과와 부작용, 선결과제, 발표시점 등을 총괄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에선 전부 자유롭긴 어려워 보입니다.
책임 논란 때문인지 정부 안에선 당분간 세금 감면안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말아달라 며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깁니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부작용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대감은 큰데 백지화하게 되면 소비자와 업계 불만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기본적으로 일단 발표된 이상 정책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향은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는게 공통된 입장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공개토론이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부작용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을 가능한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특혜라는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도 불합리한 노사협약을 바로잡고 유연한 생산라인 전환 등 국민이 납득할 만큼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자동차 세제 지원안을 둘러싼 엄청난 해프닝과 시장혼란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가 엄청난 정책일수록 더더욱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정책당국자에겐 교훈으로 삼는 기회가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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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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