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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일본의 '두 얼굴'

이은종

입력 : 2009.04.04 09:03


4월 3일 오늘 아침 일본의 조간신문에 현재 일본이 처한 두 가지 상황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띠었습니다.

하나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경제상황에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 개정에 대해 찬성론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일본의 경제 상황에 관한 얘기입니다.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퇴조를 상징하는 것 아닌가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최국인 영국의 브라운 총리가 선언한 뉴 브레튼 우즈 체제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주도적 위치를 보장해온 브레튼 우즈 체제가 사실상 해체되고 다극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풀이했습니다.

또 경제위기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20개 나라의 면면은 시대가 변했음을 상징하며, 36년 전 프랑스 랑브이에(Rambouillet)에서 처음 열린 선진국회의 이른바 G-7 정상회의에 일본이 아시아의 유일한 대표로 참석한 이래 유지해온 경제대국의 지위가 미국 기축시대의 종언과 함께 일본의 퇴조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이후 초강세를 보이던 엔화가 올해 들어서는 추락을 거듭해, 마침내 한국의 원화를 젖히고 미 달러화에 대한 가치하락폭이 가장 큰 통화가 됐습니다.

작년10월경 한 때 1달러에 80엔 가까이 갔던 엔화가 올 들어 지난 석 달 동안 8.7%가 하락해 오늘은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일본 경제는 이미 지난 2월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을 비롯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무역수지가 지난 1980년 이후 28년만의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습니다.

일본은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즉 물건 만들기에 뛰어난 특성을 바탕으로 전자기계, 자동차, 조선 부문 등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1990년대 이른바 거품이 꺼진 뒤엔 IT나 금융 같은 신 성장 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요미우리신문의 헌법개정에 관한 여론조사 보도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이 매년 실시하는 헌법개정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의견이 51.6%로 다시 과반수를 기록했습니다.

개정반대의견은 36.1%였습니다.

작년에는 반대가 43.1% 찬성이 42.5%였으나, 올해 다시 뒤집혔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81년부터 해마다 개헌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93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개헌 찬성이 다수였다가 작년에는 반대가 조금 많았습니다.
개헌 찬성 이유로는 국제공헌 등 지금의 헌법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49%로 가장 많았고, 정치의 정체현상 등으로 헌법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라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북한의 로켓발사는 응답항목에 없었으나, 자위대의 해외활동 등에 관한 응답으로 미뤄볼 때, 지난 14일과 15일 실시된 이번 조사의 시점이 며칠 늦춰졌다면 찬성론이 더욱 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북한의 로켓발사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일본이고, 발사 시점이 다가올수록 거의 히스테리적인 반응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지적했듯이 일본 정부의 민감한 반응이 이런 결과를 노린 것이라면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일본의 개헌 반대, 평화 헌법론 주장의 배경에는 2차 대전 이후 군사적 지출 없이 고도성장을 이룬 경험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향후 일본 우파가 주장하는 보통국가론, 즉 군사력을 갖춘 국가를 향한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더구나 경제위기 극복에 여념이 없는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면에서 일본의 기여를 늘리라는 요구를 강화할지도 모릅니다.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