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후 첫 외교무대의 데뷔는 화려했다.
G20 정상회담 직전까지만해도 경기부양책과 금융시스템 규제안 등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독일의 완강한 반대입장으로 인해 이번 회의가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무난한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상회의 주최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의 브리핑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묻혀 거의 주목받지 못할 정도였다.
각국 정상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한껏 자세를 낮춘 오바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2일 오후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컨벤션센터에는 각국 기자들이 회견장에 입장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으며 800석의 좌석이 가득차 수십명은 벽에 기대거나 쪼그려 앉아 기자회견을 경청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일부 취재기자들은 소형카메라나 휴대전화로 그의 모습을 담느라 요란을 떨기도 했으며 회견이 끝난 후 일부 베테랑 기자들이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아 오바마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와 달리 각국 기자들이 오바마에게 던진 따가운 질문은 오바마를 당혹스럽게 했으며, 오바마 스스로도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이 챙긴 성과가 그렇게 흡족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G20정상회의의 합의가 "글로벌 경제회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구속력있는 보증 장치가 없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자신이 애초 런던에 오기 전에 기대했던 모든 것을 손에 넣지는 못했음을 인정했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1조1천억달러의 재원을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투입키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이 8천억달러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시행중인 것에 비하면 흡족한 수준은 아닌 셈이다.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가 좋지 않았던 점을 의식, "문제의 해결책을 일방적으로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몸을 한껏 낮췄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는 "미국이 세계를 이끌 수 없다는 지적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돼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문제가 월가에서 시작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일부 회사들이 과도하고 온당치 않은 위험을 감행했으며 정부의 일부 규제당국자들이 잠자고 있었다"고 미국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정상회의 합의문 도출을 위해 미국 측이 양보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 오바마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각국 정상들의 컨센서스를 반영하고 있다"고만 답했으며 "이런 합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20개국 모든 견해차를 다 해소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오바마는 회견도중 두 차례나 재채기를 하면서 "일주일 내내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부시와 달리 겸손으로 무장한 오바마의 첫 외교무대 데뷔는 화려했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지친 모습의 오바마의 표정에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고 미국 언론이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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