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 사면 촉구
20세기 초 사각의 링을 호령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복서 잭 존슨(1878~1946)의 사면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발벗고 나선 데다 사면의 최종 결정자인 대통령이 흑인이란 배경에서다.
매케인의 청원은 존슨이 1913년 매춘금지법(Mann Act) 위반으로 기소된 뒤 10개월간의 실형을 받은 것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면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오바마와 맞붙었던 '백인'인 매케인 의원은 1일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존슨의 사면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 첫 흑인 헤비급 챔피언이자 매춘금지법으로 기소된 첫 미국인이었던 그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켄 번스 감독과 매케인과 같은 복싱 마니아인 공화당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이 함께했다.
존슨의 사면 법안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2004년에도 발의됐으나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해 번스 감독은 법무부에 청원을 내고 부시와도 수차례 통화를 가졌지만 부시의 검토 지시를 받은 칼 로브 백악관 고문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매케인 의원은 "과거 중대한 불의가 이뤄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고, 킹 의원은 "이제 그 순간이 왔다"고 했다.
존슨의 사면 문제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상징성' 때문이다.
단지 흑인이란 이유로 치욕스러운 형벌을 받았던 존슨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족쇄를 풀고 피부색에 의해 인격이 결정되지 않는 사회가 마침내 도래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후 1세기 만에 명예회복의 기회를 맞은 존슨은 당시 금기시됐던 백인 여성과 성관계와 함께 결혼까지 한 희대의 바람둥이였다.
링에 올라 백인 복서들을 번번이 때려눕히면서 "백인의 희망을 링에 올려라"고 떠든 것도 모자라 성관계 대상으로 백인 여성을 집중 '공략'하는가 하면 이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다 보니 백인사회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1910년에는, 은퇴했던 제임스 제프리스가 '백인의 희망'으로 나서 '세기의 대결'을 가졌지만 고전 끝에 무릎을 꿇었고, 이에 격분한 백인들은 미국 전역에서 폭동을 일으켜 20여명의 흑인이 죽는 소요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백인사회에서 '공공의 적'이었던 존슨은 결국 백인 아내를 두고 성관계를 맺은 다른 백인 여성의 불리한 증언에 따라 부도덕한 의도를 가진 여성의 주(州) 간 여행을 금하는 매춘금지법으로 기소됐고, 또 다른 백인 여성과의 해외도피 끝에 사법당국과 협상을 거쳐 옥살이를 했다.
이를 두고 흑인사회에서는 흑인이 백인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단죄됐다며 끊임없이 존슨의 사면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존슨의 사면을 촉구하는 측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은 사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차원이라며 인종문제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번스 감독은 "부당하게 처벌을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사면하는 것은 흑인 대통령의 상징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1983년 마틴 루터 킹 국경일 제정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후회한다는 매케인 의원도 "정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문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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