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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파트 규제 완화…반짝 상승? 대세 상승?

한승구

입력 : 2009.03.30 10:21|수정 : 2009.03.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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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포동 주공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7제곱미터 형은 지난해 초 13억 원까지 올랐다가 연말에는 4억 원가까이 급락한 9억 원대에서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값이 오르기 시작해 10억 원대를 회복했고, 지난주에는 11억 원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같은 단지내 다른 크기 아파트들도 대여섯 건씩 거래가 성사되고 있습니다.

[박효근/서울 개포동 공인중개사 : 오히려 사려는 분들의 관심이 조금 증폭되면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요. 가격도 조금씩 상승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규제 완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고.

[윤영선/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이승열의 SBS전망대(지난 18일)) : 세제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한 이런 세제를 정상적으로 바꿔야 되겠다.]

일단 다음달 이후로 미뤄졌지만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도 머지 않아 이뤄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 건립 등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올 1분기 집값은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권만 올랐습니다.

그러나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양도세 중과 제도가 폐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도권 지역 매물은 1만 1천여 건으로 발표 전보다 20%나 늘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그냥 가지고 있고, 다른 아파트들은 시장에 내놓으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원갑/부동산 전문업체 연구소장 : 그동안에 양도세 심지어 2~3억 원씩 내다가 이번에 정상 세율로 과세를 하니까 이번 기회에 처분하고 싶다, 오히려 매물의 물꼬가 터지는 그런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매물이 더 늘어나면서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까지 떨어졌고, 시중에 떠도는 대기성 자금이 800조 원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 돈이 당장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김현아/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의 금리 인하 자체는 실질 소득 감소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볼 때 부동산 수요를 촉발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기흐름과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이 쉽게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따라서 당분간 집값은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 없이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선덕/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 소득 공제 증가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뒷받침을 해줘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완화나 세금 감면, 그런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고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미 지난해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종부세가 무력화된 마당에 양도세 중과까지 폐지되고, 여기에 다음달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까지 풀리면 사실상 부동산 규제는 모두 사라집니다.

결국 실수요 보다는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양해근/'ㅇ'투자증권 부동산팀장 : 장기적으로 본다면 거래가 활성화 되고 부동산 시장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조차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준표/한나라당 원내대표 (지난 17일) : 부동산 투기 한 사람들에 대해서 거꾸로 혜택을 주는 그런 정책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압니다.]

일단 부동산 시장에 돈을 돌게 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해 보입니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 속에서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돌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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