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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4만t 증산' 이면합의 없나?

권태훈

입력 : 2009.03.29 17:38|수정 : 2009.05.14 09:46


지난 26일부터 이틀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수산 고위급 회담 결과, 러시아가 자국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한국의 명태 쿼터를 4만t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밝혔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명태 트롤어선이 지난해 이 지역에서 확보한 쿼터가 2만 500t이니까 두배 가까이 명태를 더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분명, 듣기 좋은 소식인데, 정부의 이런 합의결과가 단순히 우리 정부 대표단의 뛰어난 협상과 외교의 결과물이라고 믿기에는 의심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러간 명태협상은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강외교를 강조하며 마지막 국가로 러시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메르베테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업계가 요구하는 양보다 2배 많은 4만톤 증산을 요구하는 통큰 외교(?)를 즉석에서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삿상에도 명태가 올라갈 만큼 인기가 많다면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명태 증산은 사전 실무차원에서 논의됐던 주제가 아니였기 때문에 메르베테프 대통령은 즉답은 피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를 일종의 외교 성과에 포함시켜, 한러 명태쿼터 4만톤 증산 합의라는 오보성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던 것이다.

사실 한류성 어류인 명태는 러시아인들이 즐겨먹는 어종이 아니다. 그동안 그물에 걸리면 버린다고 할 정도로 홀대받았기 때문에, 메르베데프 대통령은 멀리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와서 명태좀 더 잡게 해달라고 하는데 즉석에서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알아보니 대통령이 제삿상 운운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국사람들에게 명태수요가 적지않다면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잡아 가공해서 팔면 돈이 더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급기야 러시아내 명태 가공공장 설립을 지시하기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한러 명태외교가 차일피일 6개월 이상을 끌게 되면서 지지부진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따라서 그동안 양국간 여러차례 실무협의도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마음이 갑자기 바빠졌다. 오는 5월 2차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확답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6일 한러 수산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는 정부 대표단에게 다른 건 몰라도 명태만은 반드시 성사시키고 오라고 모종의 특명까지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러시아가 순순히 명태증산에 합의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대통령의 내뱉은 말을 성사시키기 위해 6개월 이상 외교력을 총동원해도 잘 안됐는데, 진정 정부 대표단의 협상력만으로 이번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 반대급부가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는 명태외교의 성과를 알리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히 밝혀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사회 1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를 출입하고 있는 권태훈 기자는 1994년 SBS에 입사해 사회, 정치 분야 등에서 폭넓은 시각의 기사들을 써왔습니다. 사건팀 기자 시절에는 서울대 교수직을 둘러싼 금품수수 관행을 정면 고발하는 특종기사로 대학가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