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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돈노린 속임수 안수기도는 불법"

입력 : 2009.03.29 10:14

"종교행위 한계 일탈… 헌금 4억 반환하라"


상대를 속여 재물이나 이익을 얻기 위해 시행하는 안수기도는 불법이므로 대가로 지급된 헌금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민사합의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김모 씨가 박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박씨는 김씨에게 4억380만 원을 돌려주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의 딸은 2005년 가을 척수신경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병원에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아 방사선 및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다음해 여름 팔다리 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기독교 신자인 김씨의 부인은 경기 모 교회 담임목사의 부인인 박씨가 `안수기도'로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가 딸의 사정을 설명했다.

박씨는 자기 치료 능력에 대한 홍보물이나 신도의 간증문 등을 보여주며 6∼7개월이면 병을 낫게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를 믿은 김씨 부인은 딸이 안수기도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박씨는 2007년 3월부터 김씨 딸의 손가락으로 눈 위를 세게 누르는 `눈 안수'와 질병 부위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안찰'을 하거나 환부에 밀가루 반죽을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5개월가량 안수기도를 했으며 '마귀가 끼어 치료를 방해한다'며 항암치료도 받지 못하게 했다.

그 후 김씨의 딸은 왼손의 저림 증상이 개선되고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물혹의 부피는 커졌지만 종양의 부피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박씨가 기도 덕분이라고 능력을 과시하자 김씨 가족은 그를 더욱 맹신하게 됐다.

이 무렵 박씨는 김씨 가족에게 헌금해야 병이 낫는다며 1천만 원을 내게 했다.

박씨는 김씨 가족이 다른 교회에 다닌 사실을 알게 되자 `기도를 못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수차례 헌금을 요구해 모두 4억380만 원을 내게 했다.

김 씨의 딸은 안수기도를 받던 과정에서 박씨의 아들과 교제하다 결혼했다.

그러나 안수기도만으로 병은 완치되지 않았고 김씨의 결혼은 파탄 날 상황에 처했으며 검사 결과 물혹이 크게 자라 수술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결국 박씨가 가족을 속여 헌금하게 했으니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박씨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간증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김씨 측에게 확신을 줬고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안수기도를 하지 않겠다고 해 헌금을 요구하는 등 종교행위로 허용된 한계를 벗어나 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상태에 있는 부모를 속여 돈을 뜯어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안수기도는 신앙심에 근거한 종교적 행위로 질병이 치료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환자를 속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도의 배경과 수단, 대가를 종합할 때 상대를 속여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면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