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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종이를 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거나 숨겨진 의미를 독자가 꿰뚫어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SBS 뉴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곧 WBC 대회 보도를 주의 깊게 본 시청자들은 기자들이 주목하지 않고 놓쳐버린 중요한 정보를 바로 그 뉴스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과 중남미의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미국 야구 관중들의 WBC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다는 사실입니다.
'세기의 대결'이라던 한국과 일본의 WBC 결승전을 보도한 지난 24일 SBS 뉴스는 LA 다저스 구장에 5만4천 8백46명이 입장했는데, 이중 한국 응원단이 4만 명에 육박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스는 이어 일본 응원단도 규모는 작았지만 열기는 만만치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관중의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계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보도였습니다. 한국 응원단의 뜨거운 응원을 강조하고 있는 이 뉴스를 뒤집어 보면 결국 한국과 일본계를 뺀 미국인 관중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것은 바로 WBC에 대한 미국 관중들의 관심도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미국 야구팬들의 관심은 WBC 보다는 메이저리그에 대비한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쏠려 있으며, 야구전문지들의 뉴스 초점도 이쪽으로 맞춰져 있다는 주장을 펴 왔습니다. 결승전에 나온 다저스 구장의 관중 분포가 바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야구의 위상에 대해 SBS 뉴스는 아시아 야구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으며, 한국과 일본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강팀을 연달아 꺾어 아시아의 라이벌을 넘어 이제 세계의 맞수가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아시아 야구가 강한 이유를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 아낌없이 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조적으로 미국과 중남미의 수퍼스타급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WBC를 국가 대항전이라기보다는 그저 시범경기 정도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몸을 사렸고, 플레이도 무성의했다고 뉴스는 전했습니다. 아시아 선수들의 뛰어난 투지를 강조한 이 뉴스를 뒤집어 보면 WBC에 대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낮은 관심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 선수들은 진검승부를 펼쳤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목검을 들고 가볍게 응수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야구가 야구 선진국인 일본과의 진검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미국 쪽의 관심도가 낮다고 하여 WBC 대회 준우승의 가치가 떨어질 일도 아닙니다. 기뻐할 일이 있으면 마음껏 기뻐함으로써 일상의 고통을 견디는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한국 야구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환상을 심어주는데 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는 두 개의 흥미로운 국제뉴스를 보도했습니다. 하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콘돔 사용 반대 발언이 몰고 온 논란입니다. 이 논쟁에서 우리는 에이즈와 싸우는 교회의 논리와 세상의 논리가 어떤 차이를 갖느냐를 보았습니다. 교황은 성적 책임감과 도덕적인 태도를 강조한 반면, 세상은 콘돔이라는 물리적 방어막을 강조한 것입니다. 뉴스는 이 두 논리가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하나는 엄청난 구제 금융을 받고도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AIG 임원들로부터 이 보너스를 환수하기 위해 90%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입니다. 뉴스는 오바마 대통령도 분노를 정치에 곧바로 반영할 수는 없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겠다는 오바마의 정책이 구체화 될 때 어떤 저항을 받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뉴스였습니다.
지난 19일과 23일 SBS 뉴스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경 예산안 규모를 29조 원 정도로 잡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3조원 규모의 안을 내 놓았습니다. 여야의 차이는 추경 규모자체보다는 사용처의 차이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한나라당은 추경 규모 29조 원 중 예상되는 세입결손 보전에 11조 원을, 새 지출에는 18조 원을 쓰겠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13조 원 전체를 새 지출에 쓰자는 것입니다. 세입결손 부분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지출을 삭감하고, 주로 고소득층,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실시를 연기함으로써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뉴스는 추경 예산 중 실제로 얼마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 쪽으로 돌아가느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야 비교표를 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SBS 뉴스는 정부가 55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19일에는 4조9천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고 보도했다가, 23일에는 아무 설명 없이 3조에서 3조5천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뉴스 내에서도 혼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자원배분을 둘러싼 논쟁은 비단 우리나라와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며, 어느 계층을 누르고, 어느 계층을 북돋우느냐에 따라 위기이후의 국민생활은 절대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뉴스는 자원배분을 둘러싼 논쟁을 상세히 추적 보도하고, 쟁점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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