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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차연료 절도'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결과

입력 : 2009.03.23 15:48


석유 운송업자들이 디젤기관차용 경유 20여만ℓ를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결과의 전형이다.

김모(46)씨와 부모(50)씨는 지난해 6-10월 정유사에서 기관차에 주입할 경유를 싣고 가던 중간에 경유 22만4천ℓ를 빼내고 대신 질 낮은 등유나 정제유를 채운 뒤 코레일 차량사업소 5곳에 납품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경유 운송차량 탱크의 뚜껑과 주유구에는 운송도중의 절도방지를 위해 일련번호가 적힌 봉인띠가 붙어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원래는 정유사 직원이 운송업자와 함께 봉인띠를 부착해야 했지만 귀찮아서인지, 지나친 믿음 때문인지 운송업자에게 업무를 일임한 것.

이에 따라 눈에 불을 켜고 기름 훔칠 틈만 노리고 있던 김씨 등은 봉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름을 싣고 출발한 뒤 중간에 너무도 쉽게 기름을 바꿔치기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으로 정상적인 경유와 저질 등유나 정제유가 섞이면서 기관차들이 속칭 '물탄 기름'을 상당량 주입한 채 운행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경우 기관차의 연비와 출력이 저하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며 기관차의 고장이 잦아져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코레일은 전했다.

이들은 앞서 2006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부곡차량사업소로 싣고 온 경유를 모두 저장탱크에 주입하지 않고 남기는 수법으로 1만6천400ℓ의 경유를 훔치기도 했는데 이때는 당시 연료관리 용역업체 직원 강모(65)씨가 공범이었다.

납품량을 확인하는 강씨와 함께 한 범행이었기에 기름 훔치기는 말 그대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강씨는 이들 외에 또다른 석유 운송업자 안모(43)씨가 2007년 2-8월 경유 1만7천ℓ를 훔치는 범행도 함께 저질렀다.

이처럼 강씨와 석유 운송업자들이 짜고 3만3천여ℓ의 기름을 빼돌렸는데도 코레일은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김씨 등의 비양심성과 더불어 설마하는 심정에 봉인작업을 운송업자에게 모두 맡긴 정유사의 무사안일, 국가 기간 교통수단 연료관리 담당자의 부도덕성, 코레일의 부실한 연료관리가 맞물려 이뤄졌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수사 초기 석유품질관리원이 5개 차량사업소 저장탱크에 남아있던 210만ℓ의 연료성분을 분석, 30%인 63만ℓ 가량의 유사석유가 섞여 있다고 추정한 점으로 미뤄 이들이 추가범행을 저질렀거나 이들 외에 기름 절도일당이 더 있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대형사고 초래 가능성과 더불어 훔친 경유가 무자료로 주유소에 대량 공급돼 석유제품 유통질서가 문란해지고 특별소비세가 포탈됐을 가능성 등에 비춰 이번 사건은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