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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불법 단협' 왜 공개했나

입력 : 2009.03.23 15:00

'정치적 고려+이기주의'…불합리한 노사관행 형성 "방치되면 고착화" 개선조치 민간부문 확대키로


노동부가 23일 '위법성'이 있는 공무원 단체협약의 현황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후진적 노사관행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6년 1월 공무원 노조법이 시행된 뒤 단체교섭이 본격 진행되면서 기관장들의 정치적 고려가 노조의 이기주의와 맞물려 불합리한 노사관행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속 방치하면 자칫 '고질병'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배어 있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 노조가 교섭금지 사항을 의제에 포함하고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려는데도 정부 교섭 담당자는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고려 때문에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후진적이라고 꼽은 공무원 단체협약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또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을 위반한 내용으로 전체 112개 가운데 위법사안을 1개 이상 보유한 기관이 89개(79.5%)나 된다.

구체적으로 법령·예산·조례 등에 반하는 단체협약에 우선적 효력 인정, 노조간부의 유급전임 허용, 해고자 등 노조가입이 금지된 자에 대한 가입허용(공무원노조법 위반), 노조활동에 사측의 경비 원조(노조법 위반), 근무시간 중 조끼 등 단체복이나 머리띠 착용(공무원법 위반) 등이 있다.

분석 대상이 된 협약 가운데 17.1%는 공무원노조법에 명시된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또는 임용권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법적으로 교섭 자체가 금지된 사안이라는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교섭 사안 중에 임용권의 행사와 인사제도 운용과 관련된 사항은 4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이는 노조가 인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또 명백한 위법으로는 볼 수 없으나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도'를 넘어 위법에 가까운 경우도 전체 협약내용의 2.2%를 차지한다고 봤다.

노조와 협의에 따른 성과상여금의 균등 지급, 근무시간에 각종 노조활동 참여, 단체협약 유효기간에 수시로 이뤄지는 보충교섭 등 주로 근무조건과 조합활동과 관련한 사항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지자체 등 관련기관이 노조 요구가 과도한 줄 알면서도 온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는 단체협약 중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을 명령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관련 당사자들에게 노조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위법은 아니지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율시정을 지도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에는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작년 말 현재 노조에 가입된 공무원은 29만 명이며 74.3%에 해당하는 21만 5천537명이 공무원 노조(95개)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223개 교섭단위 중에서 112개 기관이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88개는 교섭을 진행 중이며 23개는 아직 교섭을 시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노동부가 이런 내용을 발표한 또 다른 이유는 이를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에 대한 민간의 반응을 타진해 보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시간을 두고 민간 부문으로 같은 맥락의 '단체협약 개선 추진계획'을 확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요 민간기업의 단협은 공공 부문과는 법과 기준이 다르지만 여력이 되는 대로 분석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노동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두고 공공 부문부터 바람몰이하는 차원에서 공무원 조직의 불법 단체협약 현황을 공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