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상 예멘 연쇄테러사건의 첫 테러가 발생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이번 사건이 사전에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테러인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예멘 내무부가 이번 사건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표적 테러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이 보도했지만 사실 예멘 내무부는 그런 성명을 발표한 적이 없다.
내무부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2건의 보도자료에도 관광객 테러사건과 2차 테러사건의 사실관계만 적시했을 뿐 한국인을 타깃으로 삼은 테러로 보인다는 추정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익명의 내무부 관리나 보안당국 관계자들이 외신을 상대로 `기획 테러설'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그렇다면 왜 한국인을 노렸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테러가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인지 여부는 테러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한 10대 용의자 2명은 이미 현장에서 즉사했기 때문에 답을 줄 수 없다.
또 예멘 당국이 시밤 유적지 관광객테러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12명을 검거, 조사중이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알-카에다 핵심 간부 1명에 의해 포섭됐을 뿐 테러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당국은 현상금까지 내걸며 이 핵심 간부를 검거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검거에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과연 이번 연쇄테러사건이 한국인을 노린 기획 테러였는지에 대한 답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최근 예멘 내부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카에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 예멘 출신인 나세르 알-와하이시를 조직의 지도자로 임명하며 조직 재정비를 마친 뒤 `성전(聖戰)'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 당국은 이에 곧바로 대대적인 테러조직 소탕작전에 착수, 1월 하순 열흘동안 타이즈, 호데이다, 샤브와 등지에서 테러 용의자 25∼30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뉴스예멘은 전했다.
조직 재정비를 천명하자마자 오히려 정부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린 셈이 돼 버린 알-카에다로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특단의 카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9월 알-카에다 소행으로 알려진 주 예멘 미국대사관 차량 폭탄공격으로 19명이 숨지는 사건 이후 서방 및 예멘 정부 시설물에 대한 보안이 크게 강화돼 테러를 성공시키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밤 유적지는 알-카에다 예멘지부로서는 최적의 범행 대상지역일 수 있었다.
시밤 유적지는 예멘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인데다 경비가 허술해 폭탄테러 성공시 관광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예멘 정부에 타격을 주면서 동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알-카에다가 한국인 관광객을 사전에 노렸을 것이라는 주장은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예멘에 관광오는 한국인은 가끔 배낭여행객만 있을 뿐이다. 이번처럼 한국인 18명이 단체로 오는 경우는 3∼4년만에 처음이었다고 현지 여행업계는 전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공격을 하기 위해 유적지에서 몇날 며칠을 기다렸을 리는 만무하다.
결국 시밤유적지에서 테러대상을 찾던 중 한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고 이어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테러범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이탈리아, 캐나다 관광객들이 아닌 한국인을 택했을까.
서양인을 주로 테러 대상으로 삼아왔던 알-카에다로서는 예멘 정부에 더욱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해 예멘에서 최초로 동양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
정부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알-카에다는 예멘 정부의 대대적인 공세에 그야말로 서양인, 동양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테러'로 응수함으로써 자신들의 결사항전 의지를 표명하길 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18일 정부대응팀이 탄 차량을 대상으로 한 자살폭탄테러는 사전에 한국인임을 알고 노린 것일까, 아니면 또다시 우연하게도 테러 대상이 한국인이 된 것일까.
이 역시 전문가 견해가 엇갈리지만 현재로서는 정부대응팀과 유족 차량을 대상으로 한 2차테러는 기획 테러였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1차 테러로 인한 사회적 반향은 매우 컸다.
예멘 최고 관광지인 시밤 유적지에서 동양인 4명이 자폭테러로 숨졌다는 사실은 한국 언론 뿐 아니라 예멘 현지에서도 대서특필됐다.
알-카에다 입장에서는 1차 테러로 정부당국에 반격을 가한데 이어 2차 테러를 동일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감행함으로써 정부와 전면전에서 쐐기를 박고 싶은 전략을 추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멘 언론을 통해 정부대응팀과 유족들이 18일 오전 사나공항을 통해 출국할 것이라는 사실이 이미 노출됐기 때문에 이들 차량의 동선은 쉽게 유추될 수 있는 것이었다.
테러발생 지점은 공항으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의 중앙 분리대 부근 1차선이었다. 경찰 선도 호위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컸기 때문에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정부대응팀 관계자는 전했다.
정리해 보면 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반격의 차원에서 시밤유적지에서 국적에 상관 없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1차테러를 감행했고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한국 대응팀을 대상으로 2차테러를 감행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 영국 다음 규모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한 사실과 최근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병한 것이 알-카에다를 자극, 한국인 대상 테러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자이툰부대는 이미 지난해 말 전면 철수했고 청해부대는 바다에서 우리 선박들의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해 파병됐지, 대 테러 목적으로 파병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거가 약한 편이다.
또 최근 한국과 예멘 정부의 경제협력이 크게 강화된 것이 테러조직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보다 훨씬 예멘과 경제협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는 나라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연쇄테러사건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인지 여부에 상관 없이 3차 테러 예방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또 다시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면 다시 한국인이 타깃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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