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 러쉬.. 엔고 이후엔??
요즘 명동 거리 나가보셨나요?
"여기가 한국이야, 일본이야?" 할 정도로 일본인들로 꽉 차있습니다.
명동에 있는 가게들은 일본어 간판, 광고판을 내걸었고,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한 것은 물론이고, 아예 엔화로 결제를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물 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건 엔고 덕분입니다.
원엔환율이 치솟으면서 평소의 반값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어졌기 때문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에 대한 인기, '한류붐'으로 시작된 일본인 관광이 이제는 '쇼핑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 왔던 일본인 관광객 수는 237만8천102명으로 2년 전보다 6.4%가 늘었습니다. 특히 엔고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12월엔 2년 전보다 51.7% 늘었고, 1월엔 55.3%, 2월엔 무려 70%로 일본인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또, 한때 일본인 관광객은 한류 열풍에 따라 중년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쇼핑'을 위해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 1월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의 94.2%가 여성이었을 정도니까요.
최근엔 관광객 특수 구역인 명동 등 중부 지역이 포화 상태라서 한 때 비즈니스객들이 주로 찾았던 강남으로도 관광객이 진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 관광객들의 트렌드는 단연 '엔고에 따른 쇼핑'..그 안에서도 또 세가지 정도 경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명품 소비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해외 명품입니다.
일본에서 살 때보다 최대 60%까지 싸다고 하니까요. 작게는 아이팟 같은 IT 제품부터, SK2나 슈에무라 같은 일본 화장품, 더 나아가선 루이비통, 구찌 같은 고가 명품 소비까지 다양합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명품 매출의 40%를 일본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반클립아펠이라는 보석 명품 브랜드는 팬던트 하나만도 100만 원대 후반일 정도로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데도 전체 매출의 80%를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네요.
이렇게 '명품'에 달려드는 일본인이 늘어나다보니, 백화점에선 일본어 통역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일본인 대상 쿠폰 증정, 엔화 결제까지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2. 한국 제품 소비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품 가운데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건 무엇일까요?
주로 김치, 김, 막걸리, 게장 등 식품이 인기입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고추장, 김, 김치, 막걸리 등 일본인 인기 상품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인데요.
지난 1월부터 지난주까지 판매량을 보면, 유자차는 지난해보다 1.5배, 김은 1.2배, 막걸리는 1.1배나 늘었다고 하네요.
인기제품은 또 있습니다. 바로 비비크림인데요.
비비크림의 경우, 롯데면세점 일본인 인기 상품 10위 안에 우리나라 브랜드 미샤와 한스킨 비비크림 2종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저렴하고 일본 내 인기가 좋아 선물용으로 한 명이 10개 넘게 사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3. 미용 관광
이른바 '에스떼' 관광으로, 우리나라에서 피부관리와 마사지를 받는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의 경우, 아예 일본인 관광객 대상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직접 피부 진단, 관리를 해주는 게 없기 때문에 더욱 인기라는거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피부과에는 하루에도 10명 정도 일본인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몰려와 돈을 펑펑 써주는 것은 좋은데, 살짝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 고유의 것'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고유 '명품' 브랜드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인 관광객도 썰물 빠지듯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추장 등 식품을 제외하곤 '이번 기회에 일본인들을 공략해볼까'하고 내놓는 특별한 상품도 없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담당자도 우리 기술이 뛰어난 피혁, 신발 쪽에서 명품 브랜드 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관광객 한 명=컬러TV 9.4 수출'
'관광객 6명=중형승용차 1대 수출'
'관광객 100만명=자동차 100만대 수출'
효과가 날 정도로 관광산업은 전망이 밝은 산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관광상품 없이 환율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여서 안타까운 것입니다.
특히, 이번 관광 러쉬는 '쇼핑'에만 치중돼 있어 지역적으로도 서울로만 몰리고 있어 관광도시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등은 텅 빈 상태로 지방 분산 대책도 시급한 실정입니다.
일본에선 '신'으로 통하는 '욘사마'가 등장한 '한국 관광' 광고입니다. 지난 2월 일본 주요 일간지에 5억 원을 들여 광고를 냈다는데요. 그 효과는 5억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근본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에티켓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하는데요.
식당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올려놓는다던가, 앞사람이 먹은 접시 등을 치우기도 전에 다른 손님을 앉히는 행위,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을 치고 다니는 행위 같이 작은 일에도 놀라는 외국인이 많다고 합니다.
일단 아시아의 '쇼핑' 중심지로 각광을 받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단지 '싼 맛에 찾는 곳'이 아닌 '죽기 전에(??) 한번쯤 꼭 가봐야할 곳'으로 '한국'을 꼽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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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권란 기자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유통업계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과 사건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권 기자는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소비자들을 위한 알짜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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