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국민은행 노조, 수천만 원대 조합비 탕진 '일파만파'

입력 : 2009.03.19 11:13


KB국민은행 노조 집행부가 수천만 원대의 조합비를 유흥업소 등에서 탕진한 사실이 노조의 회계 감사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구나 다른 은행 노조도 국민은행 노조 사태의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 하는 모습이다.

이번 국민은행 노조의 추문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작된 은행권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사건이 최근 민주노총 노조의 성폭력 파문 등 노조의 비리와 추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어서 전체 노동계의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유흥비로 4천여만원 '펑펑'

19일 국민은행 노조 회계감사인 H씨가 내부통신망을 통해 밝힌 감사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집행부는 총 4천561만 원을 노래방,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흥 주점에서 썼다.

지난해 4월29일 A룸에서 120만 원을 사용했으며 10월23일에는 술집, 노래주점 등 4곳의 유흥주점에서 339만 원을 탕진했다. 5월16일에는 안마시술소에서 조합비 10만원이 사용됐다.

노조는 또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주점, 식당에서도 하루에 수백만 원씩 작년 한해 3천573만 원을 지출했다. 구체적으로 2월18일 한식당에서 298만 원, 7월17일 양식당에서 196만 원, 8월6일 양식집과 일반주점에서 203만 원 등이다.

노조 집행부는 또 '관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조합비로 경영진 등에게도 선물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선물 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 "영업본부장 39명에게 명절 때 한과세트 등을 돌려 총 200만~300만원 정도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 국민은행 노조 "회수하겠다"

노조 집행부는 파문이 커지자 사과 성명서를 내고 유흥주점에서 쓴 4천206만 원(81건)과 선물비용 등을 환급 조치한다고 밝혔다.

유강현 노조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조합원 정서에 반하는 비용 집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합 경비를 더욱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비관련 개혁안을 마련해 감사들과 논의한 뒤 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노조 간부는 "지난 1월 대의원 대회 때 회계감사인 3명 중 2명은 통상적인 조합 활동으로 봤으나 1명이 문제를 제기해 2월에 특별회계 감사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공시했다"고 말했다.

안마시술소에서 지출된 10만 원의 경우 강원도에서 열린 체육 행사에서 술에 취한 집행 부원이 개인카드와 공용카드를 잘못 구분해 발생한 것으로, 나중에 환급 받았다고 노조 측은 해명했다.

은행 내부 조합원들의 동요는 현재로서는 크게 표면화하지않은 편이나 집행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작년뿐 아니라 지금까지 줄곧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일텐데 사과 성명과 환급조치만으로 무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은행 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일단 현재로서는 향후 거취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노동계, 파문 확대에 '노심초사'

일단 금융감독원은 노조의 경비지출 등의 문제는 감독 대상이 아닌 데다 임원이 노조로부터 선물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어 일단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조의 경비지출은 감독 및 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은행 자체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별도 조사를 하거나 검사를 나갈 계획은 없으며 은행 간부들이 감독규정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 금감원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그런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다른 은행권 노조들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18일 금융노조가 사측과 올해 임금과 관련한 산별 중앙교섭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번 사건이 향후 임금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각 지부의 조합비 집행은 자체 예산.회계기준에 따라 집행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권 노조들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어느 노조보다 엄격하고 깨끗하게 예산을 집행해오고 있다"며 "그간 과다지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을 통해 상당부분 고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민주노총 노조의 성폭력 파문 등 노조의 비리와 추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어서 노동계 전반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갖가지 문제점이 터져나오면서 노동계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해 노조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