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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시장 석권 눈앞에

홍순준

입력 : 2009.03.17 15:51|수정 : 2009.03.18 09:53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메모리 반도체' 호재로 불황속 '웃는' 삼성전자


최근 뉴스에서 반도체 '치킨게임'이다 '40나노 개발'이다 하는걸 많이 보셨을 텐데 반도체 D-램에 대한 얘기입니다. D-램은 주로 PC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입니다.

그런데 '플래시'란 것도 있습니다. 저장 매체에 쓰이는 반도체인데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됩니다. 보통 메모리 반도체라고도 하죠. MP-3, 디카, 휴대폰 필수 부품입니다.

플래시는 '낸드플래시'와 '노어플래시'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낸드플래시는 병렬방식으로 쉽게 말해 용량 확대가 쉽고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데 비해 처리속도가 느립니다. 전 세계 시장규모는 120억 달러, 18조 원 정도로 삼성전자가 4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도시바가 30%, 하이닉스 19% 순입니다.

노어플래시는 직렬방식으로 처리속도는 빠르지만 용량 확대가 어렵습니다. 미국 스팬션이 37%, 뉴모닉스 35%, 삼성전자 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낸드'와 '노어'의 준 치킨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장비업체가 낸드냐 노어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값싸게 안정적 공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벌여온 거죠. 상대적으로 값이 싼 '낸드'가 우세해지면서 시장 점유는 65:35로 이젠 '낸드 플래시'가 앞서 있습니다.

생산업체가 D-램처럼 많지는 않아도 MP-3와 디카, 휴대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모두가 생산량을 늘리다보니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져 왔습니다. 역시 최근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올 1월까지 2달러대로 떨어진 채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난해 도시바는 30% 정도 감산하기 시작했고,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비공식적이지만 감산체제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노어플래시의 1위업체인 미국 스팬션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습니다. 인력도 35%감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산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공급이 줄어드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반영했는지 낸드플래시 가격은 3월 들어 3달러선을 회복했고, 지금은 3.5달러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노어 플래시를 써왔던 장비업체들이 낸드 플래시로 갈아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낸드 플래시 1위인 삼성전자와 3위인 하이닉스는 겉으론 '불황'을 탓하면서도 속으론 '웃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도 더 오를 수 있죠.

여기에 또 하나 호재!

타이완 정부가 주도해 온 6개 타이완 D-램 반도체 회사와 미국 또는 일본 업체와의 '대통합'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통합' 대신 '기술개발'에 전념할 회사를 새로 만들고,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11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타이완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지원금은 많아 봐야 9억 달러를 밑돌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러면 70나노급 기술을 갖고 있는 타이완 업체 가운데 6월쯤엔 자동으로 '퇴출'되는 회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전 취재파일에서 설명했지만, 이들 회사가 통합하면 수치적으로 시장점유율은 25% 내외가 됩니다. 단기적 목표는 세계 3위, 시장점유율 19%인 '하이닉스'였습니다. 하이닉스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이닉스에게도 조금은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타이완 회사 가운데 '프로모스'란 곳이 있는데 자산대비 순부채 비율이 92%에 이릅니다. 결코 안전하지 못하죠. 그런데 하이닉스가 이 회사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9%를 갖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유동성' 확보에 급한 하이닉스로선 상황을 면밀히 봐야겠죠.

어쨌거나 타이완 회사들이 자연 퇴출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대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40%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고, 올 하반기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D-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더 커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반도체 회사들이 올해엔 상당한 실적 개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겁니다. 위기 속에 시장 점유를 늘려서 세계 1등이 된다는 것... 암울한 우리 경제에 모처럼만에 좋은 소식으로 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