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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표, '장고끝 불출마' 배경있나?

입력 : 2009.03.16 18:46

정세균 '득', 정동영 '실'로 작용?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4.29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불출마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외대표인 박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정치권에선 박 대표가 재선거를 통해 원내복귀를 시도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불출마선언을 앞두고도 박 대표는 상당히 오랫동안 출마 여부를 저울질했다.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불출마가) 이번 재.보선이 정쟁화되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집권 여당 대표인 자신이 출마할 경우 재선거의 성격이 야당이 원하는대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

유례없는 경제위기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여권으로선 이번 재.보선에 정치적 의미가 과잉부여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가 "대통령부터 국민까지 한 덩어리가 돼 오로지 경제를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있는 때에 내가 이런 정치판에 모든걸 빼앗겨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민주당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것도 불출마 선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박 대표까지 선거판에 뛰어들 경우 이번 재.보선의 성격이 지역선거가 아닌 사실상의 전국선거로 변질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정치적 의미도 과잉부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

당선 가능성도 불출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출마지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울산 북구의 경우 영남권이지만 노동계의 영향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박 대표가 울산 북구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낙선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권 입장에선 집권 여당의 대표가 낙선하는 위험부담을 감내하는 도박을 감행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재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결국 박 대표 체제 붕괴와 함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한나라당의 원심력 가속화라는 외길 수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6개월을 더 기다린 뒤 10월 재.보선에 당선이 유력한 지역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식으로 여권 수뇌부가 공감대를 형성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에 불똥이 튀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원외 거물 가운데 한명인 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심거리가 정동영 전 장관 출마를 둘러싼 민주당내 갈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표의 불출마 결정으로 인해 출마를 선택한 정 전 장관의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대표의 이번 결정이 결과적으로 정세균 대표에겐 득(得), 정동영 전 장관에겐 실(失)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