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산꼭대기 군사시설에 웬 상업광고판?

입력 : 2009.03.16 09:33

"비용절약 위해 불가피" vs "없애든지 공익광고로 바꿔야"


주택가 인근 야산에 군부대가 설치한 대 형 상업광고판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청 등에 따르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모 부대는 1990년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영등포구 한 야산에 상업용 대형광고판 3개를 설치했다. 

당시 이 부대는 서울시에 광고판 설치를 위한 심의를 요청하면서 수도권 방위를 위한 중요 군사시설에 대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부대는 입찰을 통해 광고를 낼 업체를 선정한 뒤 3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지금까지 군사시설 차폐용 광고판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군부대가 시민의 휴식처인 산정상을 깎으면서까지 상업광고판을 설치한 점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 광고판이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데다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또 공익광고가 아니라 상업적 내용이 담긴 광고판을 설치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방부 훈령은 군사시설 차폐용 간판의 광고 내용을 도안할 때 주위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시설물의 특성에 맞도록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광고물관리법은 자연적인 방법에 의해 시설 차폐가 불가능한 때에만 광고판 설치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며 "부대 측이 간판 설치 전에 나무를 심는 등 자연적인 방법을 고민이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시설 보안을 위해 간판 설치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이 지역을 드나드는 시민을 생각한다면 상업광고가 아니라 공익광고판을 설치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고판 심의ㆍ허가권을 가진 영등포구청은 작년에도 수차례 민원이 들어오는 등 이 광고판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년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대 측은 광고물을 이용한 차폐는 도심에 있는 군사시설을 위장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용절약 측면에서도 상업광고판 설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공익광고라면 좋겠지만 차폐용 간판의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국방예산의 한계를 고려해  상업광고를 유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판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사실이므로 단기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부대 자체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