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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의 영광' 쌍용차, 재기 가능한가?

김형주

입력 : 2009.03.15 15:40|수정 : 2009.03.15 17:39


"와! 무쏘다!"

고등학생 시절이던 1993년 어느날, 학교에서 인기가 높던 문학선생님이 새로 산 무쏘를 끌고 출근하셨습니다.

'벤츠 엔진의 힘!' 쌍용차의 TV CF에 한껏 반했던 저와 친구들은, 선생님이 마냥 부러웠죠.

아마 제 주변 친구 몇인가는 '대학가면 무쏘 살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 같습니다.

쌍용차의 역사는 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 설립->19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 변경->1986년 쌍용그룹 경영권 인수->1988년 쌍용자동차로 상호 변경

1990년대 중반까지 무쏘, 코란도가 잇따라 히트를 치며, 나름 4륜구동 자동차 전문업체로 자리잡고 있었죠.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풍파가 몰려옵니다.

1998년 대우그룹 경영권 인수->2000년 대우그룹에서 계열 분리->2005년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

그리고 다시 닥친 외환위기.

지난 2007년 441억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에는 마이너스 1083억에 달할 정도로 판매량이 급감합니다.

결국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 자동차는 쌍용차에 대한 경영권 포기와 한국시장 철수를 결심하고 지난 1월 9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됩니다.

쌍용차 공장과 협력업체 66곳이 밀집해 있는 평택시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들 업체 종사자와 그 가족만 해도 40만 평택인구의 10%에 달할 만큼, 쌍용차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평택시청에는 쌍용차와 협력업체를 돕기 위한 24시간 비상대책반이 꾸려졌고, 시장은 전국 관공서를 돌며 쌍용차를 관용차로 구입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평택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법원이 쌍용차에 대해 청산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며 결의대회를 가졌죠.

또,  지역 시민단체는 평택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명의 서명을 받은 쌍용차 회생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평택시민들의 노력 덕인지, 지난달 6일 법정관리에 대한 판정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후 한 달여 뒤인 지난 주 금요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거리를 찾았습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넉달째 이어진 휴업과 감산조치 때문에 출근하는 직원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손님수가 줄어든 인근 상가에서는 상인들이 하나 둘씩 점포를 내놓고 떠나는 도미노식 공동화 현상이 진행중이었습니다.

[태순자/상인: 장사가 안되니까 다 문 닫고 그냥 하다가 그만 두는거지. 지금 저 식당은 그제부터 안 나오고...]

법정관리가 진행중이지만, 상인들 사이에서는 쌍용차가 재기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버티고 기다리기 보다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쌍용차에 대한 청산론은 쌍용차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쌍용차와 언론들은 지난달 법원이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개시를 결정한 데에는 C-200이라는 소형 SUV개발 계획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쌍용차는 신속하게 신차를 출시해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15일, C-200의 생산라인 공사를 위해 평택 1공장에 대한 휴업을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유동성이었습니다.

막상 설비공사 대금 천억 원을 구하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손을 벌렸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 간부: "박영태 관리인이 3주전쯤 구두로 요청해 왔습니다. 공사대금이 필요하니 자금지원을 해달라고...하지만 저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법정관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 스스로 자구노력과 가능성을 보일 때 회생을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정관리가 시작되자 마자 돈을 빌리는 것은 이해가 안 되죠.]

결국 기사회생의 기대를 걸었던 C200 프로젝트는 생산설비 공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쌍용차에 남겨진 시간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법원과 채권단은 법정관리 개시와 동시에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사 보고서가 오는 5월 6일 작성돼 법원과 채권단에 제출됩니다.

여기에 신차개발 프로젝트의 차질이 좋게 반영될리 없죠.

법원과 채권단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5월 22일, '1차 관계인집회'에서 법정관리 회생절차 지속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쌍용차의 운명은 비공식적으로는 조사보고서가 완료되는 오는 5월 6일, 공식적으로는 5월 22일 관계인집회 때 결정되게 되는 것이죠.

쌍용차 뿐만 아니라 평택시의 운명도 이때 결정되는 셈입니다.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평택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평택지역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쌍용차에 최소한 재기의 종자돈 정도는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관제/쌍용차 사랑운동본부상임의장 : 쌍용차를 단순한 경제논리로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경제와 맞물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빨리 지원 안 해주면 평택경제는 붕괴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쌍용차의 자구노력 없이는 개입도 없다는  것인데, 쌍용차 노사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창근 기획부장/쌍용차 노조 :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입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정부가 긴급 자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단연코 거절합니다.]

정부는 외면하고 노사는 여전히 대립 중이고, 진퇴양난에 처한 쌍용자동차.

사실 이 시점에서 쌍용차가 정부를 설득해 긴급자금을 지원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법정관리 중인 회사에 국민들의 혈세를 지원했다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쓰러진다면 비난 여론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쌍용차에겐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채권단과 법원에게 쌍용차의 미래 생존가능성을 호소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안일 수 있습니다.

결국 경영비용 절감과 생산력 증대 등의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감원 등의 구조조정 노력이 수반되게 됩니다.

과연 쌍용차가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재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90년대 초반 '무쏘의 영광'을 뒤로 하고 청산의 운명에 처할지, 또 평택 지역경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이 모든 것은 쌍용차 노사의 상생을 위한 양보와, 과단성 있는 고통 감내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김형주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한 김기자는 이전에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