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시 가장 고민하는 점은 과연 최종 수급자까지 제대로 전달되는지 여부다.
특히 정부는 최근 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사회 소외계층에 3조1천억원 규모의 현금 및 소비쿠폰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어서 자칫하면 엉뚱한 곳으로 샐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지자체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수급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한편 수시 현장 점검과 특별 감사 등을 통해 비리 적발시 고강도 징계를 할 방침이다.
즉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이 해당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지원을 하도록 권한을 주지만 이를 남용할 경우 엄벌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연이은 복지전달 비리..제도 개선 시급
정부에서는 소외 계층을 돕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지자체에서는 저소득층을 등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청 하위직 공무원이 장애인 보조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전남 해남군청과 강원 춘천시청 공무원이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예산 10여억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수법도 똑같다. 가족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몇 년에 걸쳐 매달 복지 지원금이 들어오게 했다. 이처럼 장기간 횡령을 해도 근무하는 동료조차 몰랐다는 것은 정부의 행정.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돈을 내려 보내는 중앙 정부와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 사이의 연결고리에서 생긴 문제다. 복지 지원금 항목은 무수히 많은데 어떻게 배분되는지 감시할 체계도 없으며, 일은 많은데 담당 공무원 수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지자체를 상대로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의 곽정숙 의원은 양천구청 횡령 사건을 거론하면서 "서울시를 상대로 청문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감시망 두텁게 구축
복지전달체계의 개선을 위한 정부의 복안은 장기적으로는 통합복지전달체계 구축이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에 대한 수시 점검으로 비리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민생안정 대책에서 실직한 40만가구(86만명)에 공공 근로를 조건으로 6개월간 월 83만원을 현금과 소비쿠폰 형태로 반반씩 지급키로 했다. 노인 등 근로 능력이 없는 50만가구(110만명)에는 6개월 시한으로 월평균 20만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상자 선정의 우선순위를 소득, 실직기간, 가구원 중 취업자 여부 순으로 둘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근로의 경우 최저 생계비 120% 이하인 경우로 한정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지자체가 신청을 받아 지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실업 급여자가 중복해 받는 경우는 이미 전산 자료가 있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며, 공공 근로 신청자가 많을 경우 지자체가 소득, 실직기간 순으로 적용해 심사토록 했다.
근로 무능력자 50만가구에 현금 20만원씩 주는 사업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사후 점검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혜택을 받았을 경우 관련자들을 중징계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근로의 경우 신청자가 많이 몰리면 지자체가 선정 원칙을 반영해 선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또한 중앙 정부와 협의를 하고 점검을 받게 돼 지자체장이 친인척을 끼워넣는다든지 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상 동사무소에 가보면 진짜 어려운데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 많아 지자체장에게 재량을 주려는 것"이라면서 "다만 근로능력을 판별할 때 진단서나 치료비 명세, 통장확인 등을 제시하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 복지 공무원에 대한 재교육 작업도 실시되며, 복지 급여 지급 부서와 회계지출 부서를 분리해 횡령을 막고 정기 인사 교류를 활성화해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감사원이 상반기 중 특별 감사를 통해 복지 체계 전반을 자세히 조사하기로 해 지자체 공무원의 비리가 상당 부분 일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생계, 자활, 보육 등 여러 분야로 나뉜 복잡한 복지서비스가 올 하반기에 통합되면 중복 수혜자, 부당 수혜자가 없어지고 복지 전달 과정에서 공무원의 부정 개입 여지가 사라질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시.군.구와 읍.면.동의 복지 서비스 업무 실태와 인력 현황 조사에 들어간다"면서 "아울러 118개 종류에 달하는 복지 서비스 급여를 현재 받는 사람들과 신청한 사람들의 소득을 다시 조사해 완벽한 기초 자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새는 구멍, 손으로 막아질까
이처럼 정부가 상시 점검과 특별 감사를 외치고 있지만 지자체 공무원의 복지 전달 비리가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국의 모든 시.군.구 등 기초지자체를 중앙정부가 제대로 점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보조금 수혜대상자를 선정할 때 심사 과정 자체가 부실한 데다 일선 시.군당 수천명에 달하는 수혜대상자의 계좌를 점검하는 것도 공무원 몇명으로는 벅찬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혜대상자가 거주하는 곳에 찾아가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상시 점검을 외치지만 표본 감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즉 수천명 가운데 가짜 수혜대상자가 표본감사 대상에 들기는 어렵고, 담당공무원이 작정하고 수혜대상자의 소재를 감추면 잡아내기 어렵다.
지자체들은 복지 비리가 터진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을 실시하고 감사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중앙 정부에서 최종 수급자로 이어지는 통합 복지전달체계의 조기 구축이 답이 되겠지만 비리 적발시 검찰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징계로 큰 고통이 따른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