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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달러가치 = 제국의 몰락(?) - 下

윤창현

입력 : 2009.03.12 18:09|수정 : 2009.03.12 18:11


2. 미 합중국과 돈값

미국의 달러화 역시 로마시대처럼 실제 일정량의 금과 은을 함유한 화폐였습니다. 물론 순도 100%는 아니지만 금과 은의 함유비율과 교환비율 등은 미 헌법에 의해 의회가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철저히 통제돼 왔습니다.

하지만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미국의 달러화 가치 역시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금은 최초 가치의 1/100 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의 표에서는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0년의 달러화 구매력 즉 화폐 가치가 이미 1/20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달러화는 로마의 화폐처럼 똥값으로 추락해 온 것일까요?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화폐의 교환가치를 끊임없이 떨어뜨려 왔기 때문입니다.

1850년 대 달러화 가치는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쉬를 맞아 최초 수준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 금을 함유하지 않았지만 1886년에는 달러 지폐를 발행하면서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금 달러와 은 달러 화폐를 은행에 예치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달러 값은 급전직하했고, 이후 캐빈 쿨리지 대통령이 고금리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값이 회복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1932년 달러화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시켜 왔던 금 본위제가 폐지되면서 달러값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합니다.

3. '뉴딜'…더 큰 위기의 씨앗을 뿌리다.

미국 건국 이후 백여년 이상 지탱해 온 금본위제를 폐지한 것은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입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하는 데, 돈을 더 찍어내려면 그 만큼 더 많은 금을 확보해야 하는 금본위제 아래서는 화폐발행을 폭발적으로 늘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1913년 민간은행들이 주도해 만들어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즉 FRB는 달러가치를 교환가치가 있는 금이 아닌 미국 정부의 신용, 즉 국가채권을 담보로 잡고 달러를 마구 찍어내 경기부양에 동원했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의 뉴딜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그게 과연 금 본위제를 포기한 통화정책 덕분이었는 지 아니면 과잉 유동성과 과잉 생산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때문이었는 지는 아직도 많은 학자들 사이에 논란거리입니다.

여하튼 이후로도 미국은 미국 정부의 국채를 담보로 주며 계속해서 달러 발행 규모를 늘려왔고, 달러발행이 늘어날수록 미국의 채무구조가 같이 늘어나는 희한한 통화정책 구조가 고착화됩니다. 달러를 발행하면 할수록 미국민들의 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으니 결과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푸는 돈은 결국 미래의 미국민들이 미리 당겨서 내는 빚인 셈이죠.

계속해서 빚이 늘려야 유지되는 통화구조로는 결국 경제 전체가 도산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뉴딜로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경제를 골병들게 하는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을 뿌린 셈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심각성을 깨닫고 달러화의 본원적 교환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캐네디 대통령인데, 캐네디는 1963년에 국채를 담보로 하는 달러화가 아닌 은 증서와 은 달러를 복원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실제 일정량의 은을 함유한 달러 동전과 일정량의 은을 반드시 예탁해야 발급되는 은 증서를 유통하려 시도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조치는 FRB의 주요주주들인 대형 은행금융자본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힙니다. 달러를 찍어내며 막대한 국채이자와 원금을 챙겨오던 FRB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는 게 캐네디의 시도였을 겁니다. 연관성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듬해 캐네디는 의문의 암살을 당했고 은본위제 복원 시도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4. 달러 패권은 부활할 것인가?

이후 지속적으로 달러가치는 하락했고 80년 중반 심각한 위기를 맞이합니다. 미국의 생산성과 산업경쟁력이 급전직하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미국 정부의 보증에 기반한 달러값 역시 추락을 면치 못합니다. 이후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값을 한꺼번에 50% 절하한 뒤 약달러 정책으로 겨우 경쟁력을 회복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추세적인 달러화 하락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 맞은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인 달러가치에 직격탄을 날린 셈입니다.

단기적으로 미국내 금융기관이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해외투자 채권을 급격히 회수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달러화가 폭락하고 이전에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미국은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수준의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채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 폭이 얼마나 줄어들 지는 미지수이지만, 마구 발행된 달러에 대한 보증을 위해 FRB에 지급돼야 할 천문학적 채권과 이자를 생각하면 미국 경제에 과연 앞날 이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결국 비교해 보면 끊임없이 화폐가치를 낮춰가며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를 지탱해 보려다 끝내 비참한 종말을 고한 로마제국의 말로와 미국의 현재가 너무도 닮아 있어 섬뜩하기 까지 합니다.

결국 그것이 금 본위제도의 부활은 아니더라도 근본적인 통화정책과 화폐유통 구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제국의 몰락을 재촉하는 비수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국제부 기자로 이집트 해외연수를 준비 중인 윤창현 기자는 1996년 SBS 공채로 입사해 '모닝와이드' 경제코너에서 오랫동안 시청자들을 만났습니다.  또 정치부에서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로 활약했습니다. 시사고발프로인 '뉴스추적'에서는 우리 법조계의 문제점을 심도있게 파헤친 <전직교수 김명호..그는 왜 법을 쐈나?>편으로 2007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