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가장 큰 불편감을 병원에서는 chief complaint라 하는데, 이 환자는 귀에서 매매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MRI 촬영결과 후소뇌동맥(posterior cerebellar artery)에서 분지하는 작은 동맥이 청신경을 감싸고 있었다.
동맥은 심장의 파동에 맞춰 끊임없이 뛰는데, 이 파동이 청신경을 자극해 환자는 실제로는 없는 매미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동맥과 청신경사이에 완충물질을 삽입해 주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 환자의 증상은 매우 좋아졌다. 수술 전날 두려움에 울먹이던 그의 손을 한 참 잡아주었는데, 그는 그것이 가장 고마웠다고 퇴원할 때 말했다.
같은 해의 일이다.
소음성 난청으로 청력이 거의 소실된 또 다른 환자는 귀에서 "쏴~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때문에 입원했다.
이 환자 역시 청신경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동맥사이에 완충물질을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그런데, 이 환자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명은 이명대로 들리고, 그리고 약하게 나마 있었던 청력이 완전히 소실됐다고 주장했다. 환자는 퇴원 후 소송을 걸었고,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주치의였다는 이유로 나또한 교수님과 함께 7년 정도를 시달렸다.
사실, 이명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건 소송을 준비하면서다.
신경외과영역에서는 청신경 종양이나 뇌동정맥 기형 등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이명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이명에 대해 MVD(microvascular decompression)라는 수술법을 시행하시는 분이 몇 분 안계셨기 때문에, 교수님에게는 그런 환자가 참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전체 이명환자의 5%도 안된다는 걸 알았을 땐 다소 충격이었다. 90%이상에서 원인 질환이 없고(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면, 아직도 원인을 모르는 경우라고 해야 할지는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 약물, 차폐법 등 여러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논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심리치료와 중성음을 이용한 적응훈련을 통해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감정을 관할하는 변연계에 영향을 주고, 변연계는 자율신경을 자극한다. 자극받은 자율신경은 소리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명에 대해 더 예민해지도록 만든다.
이때문에 이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는 것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첫단계이다. 또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성음을 들려주게 되면, 이명을 좀 작게 들을 수 있는데,(오른쪽 다리가 아픈사람에게 왼쪽 다리를 꼬집으면 오른쪽 다리의 아픔을 덜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 이를 반복하게 되면 이명에 예민해진 대뇌피질을 이명에 둔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명재활치료법이다.
<중성음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에 대한 답을 간단히 하자면 환자의 기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진 생활소리를 (사람에 따라서 그것이 음악일 수도, 냉장고 소리, 선풍기 바람 소리 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환자에게 들리는 이명보다 조금 낮게 그리고 작게 맞춘 소리라고 합니다. 따라서 어떤 범위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개인 마다 다른게 정해지는 것이라는 군요.>
이명재활치료법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명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음에도, 국내에 보급이 안 되는 데는 이 치료가 별로 수익성이 없기 때문일게다.
한시간 정도의 심리치료로 환자가 내는 10만 원은 환자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는데, 병원입장에서보면 한시간에 10만 원의 수익은 문을 닫게 되는 이유가 된다.
아무튼, 국내에도 이명재활치료를 시도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연구결과를 보았을 때 이건 반드시 기사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이 치료도 비용이 든다. 6개월에 70만 원 정도면 싸지는 않다. 그리고 치료기간이 최소 6개월 정도이고, 2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무척 지루한 과정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아이의 엄마인 이선민 씨의 말로 마무리를 할까한다.
"2년 동안 양방병원과 한방병원을 병행했는데, 비용은 500만 원 이상썼고, 효과는 거의 못 봤습니다."
"그 동안 가장 괴로웠던 건 '내가 몹쓸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어요."
"8개월 정도 재활치료 받았는데, 여전히 '드르륵'하는 소리는 들립니다. 하지만 좀 작게 들리고, 가장 중요한건 마음이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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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기자로 전문언론인에 도전하고 있는 SBS 보도국의 새식구입니다. 언론계에서 찾기 힘든 의대 출신으로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마친 그가 보여줄 알찬 의학정보와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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