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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왕에게 '조선칼'을 주는 까닭은?

입력 : 2009.03.07 10:16|수정 : 2009.03.07 12:12


"검도는 일본에서 시작된 스포츠이긴 하지만 일본 스포츠만은 아닙니다. 검도엔 우리의 무예전통도 담겨 있기 때문에 전통을 알고 좀 더 수련하라는 의미로 검도왕에게 조선칼을 주는 것입니다."

전광희(60) 대한검도회 전무는 일반인들이 검도에 대해 가진 오해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42년 동안 검도를 수련해왔으며 서울 마포구에서 18년간 검도 도장 관장으로 일해온 전 전무는 '검도=일본'이라며 곧장 연결하는 생각은 "맞지만 동시에 틀린 것"이라며 아쉬움이 밴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총이 나오기 전 휴대가 가능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칼로 싸우는 것에서 검도가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검도의 전통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인들이 근대에 들어 검도의 보호장구와 경기 규정을 만들면서 스포츠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을 뿐입니다"

보호장구를 개발하거나 안전을 위해 칼이 아닌 죽도로 겨루는 스포츠의 한 형태로 만든 것에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비록 죽도로 겨루는 스포츠지만 '칼의 전통'에 충실하기 위해 대한검도회와 SBS주최로 열리는 SBS배 전국 검도왕 대회의 일반.대학.여자부 우승자에게는 진검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조선시대 검을 본뜬 이 진검은 날 길이 70㎝에 손잡이까지 합하면 총 길이가 100㎝를 약간 넘는다. 무게는 1천100~1천200g 정도 나가며 허리춤에 찰 수 있도록 칼집에 고리가 붙어 있다.

본국검법(本國劍法)과 조선세법(朝鮮勢法)을 수련할 때 쓰는 이 칼은 가격이 40만~50만원 나간다.

검도에서 단증을 따려면 죽도를 이용한 대련 뿐 아니라 신라 화랑이 수련한 검법으로 알려진 본국검법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진검이 필요하다.

전 전무는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무슨 검법이 있었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중국 명나라 때 모원의(茅元儀)가 편찬한 '무비지(武備志)'라는 병법서에 우리나라의 조선세법이 당당히 소개돼 있으며 정조 때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도 신라 화랑의 본국검법이 들어가 있다"며 우리나라 무예 전통을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세계에서 검도를 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승단 심사 때 실기 대련과 필기시험 등에 더해 본국검법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도에서 머리와 몸통, 팔 등을 보호하는 데 쓰는 보호장구와 죽도 등에 대해서도 전 전무는 일본이 체계화하긴 했지만 일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호장구는 갑옷에서 따왔는데 칼과 활로부터 몸을 보호한다는 기능성을 고려하면 일본 갑옷이 중국, 우리나라 갑옷과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를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쓰인 칼도 조선과 일본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칼날 길이가 임진왜란 전에는 우리나라 것이 60㎝로 일본 칼(70㎝)에 비해 좀 짧았으나 왜란 뒤에는 실용성을 고려해 우리 것도 평균 70㎝로 길어나는 변화를 거치면서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전 전무는 "일본은 자기 나라가 검도의 종주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시대 칼을 만드는 기술자들도 많이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일본에 영향을 줬다"며 일본이 반드시 먼저라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칼을 이용한 무예가 변형된 종목인 검도를 일본 스포츠라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라며 일본이 아니었더라도 검도가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반드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검도 인구와 수준 면에서 여전히 일본에 뒤지고 있다.

일본은 검도의 종주국답게 검도 인구가 500만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수련자(50만명)의 10배가 넘으며 3년마다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동안 우승을 독식하다시피 해 왔다. 일본은 13번의 세계대회에서 12번 우승을 거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을 꺾으면서 36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 대회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매번 일본에 져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전 전무는 "최근 국제대회 결과만을 본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기력은 이젠 거의 비슷해졌다"며 "그러나 검도 인구 등을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검도 국가대표선수들은 오는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제14회 세계검도선수권 대회에서 일본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이달부터 칼을 갈기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