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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말투와 걸음은 '정치적 전략'일까?

입력 : 2009.03.04 17:18

"흑인 특유의 언어와 몸짓 젊은층에 어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그가 미국 흑인 청년층 특유의 경쾌하게 활보하는 듯한 걸음걸이를 가졌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미국인들은 약간 뽐내며 걷는다는 의미로 이런 걸음을 '스웨거(swagger)'라고 부른다.

달변가인 오바마는 흑인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은어와 속어도 일상 생활에서 적절히 구사한다.

미국의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흑인 사회에서 발원한 힙합 장르가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어법이 젊은층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일 미 온라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흑인과 백인이 오바마의 발언을 듣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며 오바마가 가진 흑인 특유의 문화적 특성이 미 청년층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언어, 발음, 몸짓 등은 백인 지지자들에게 피상적으로 닿는 것과 달리 흑인 지지자에게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취임 전 흑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워싱턴 D.C의 한 유명한 칠리 전문점에 들른 오바마는 점원이 "잔돈을 돌려받길 원하냐"고 묻자 여느 흑인 청년처럼 "Nah, we straight"("괜찮다"는 뜻)라고 격의없이 답했다.

그러나 풀 기자단에 속한 백인 기자들은 이를 표준 영어대로 "No, we're straight"라고 점잖게 받아적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돌자 흑인 청소년들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인 오바마가 흑인 사회에서 쓰이는 말투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것에 다시 한 번 열광했다.

'연설의 귀재'라 불리는 오바마는 또 대학시절 흑인 문학에 심취한 전력을 바탕으로 미국 흑인 명사들의 글귀나 연설을 패러디하기 즐긴다.

지난 1월 한 경제 관련 연설에서 오바마는 "지연되고 있는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s that are being deferred)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흑인 청중들은 이것이 '할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의 시 '지연된 꿈(A Dream deferred)'를 차용한 것임을 곧바로 알아챘다.

오바마는 1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소문에 대해 해명할 때에도 영화 '말콤엑스'에서 전설적 흑인운동가 말콤엑스로 분한 덴젤 워싱턴의 대사에서 'bamboozle'과 'hoodwink'(둘 다 '꾀어내 속이다'라는 뜻)라는 은어를 차용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존 맥워터 연구원은 "흑인 영어, 특히 그 운율은 힙합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들 계층에서 공통어가 돼가고 있다"며 "따뜻함과 진실성, 약간의 위험스러운 뉘앙스가 흑인 뿐 아니라 백인의 감성에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가 사용하는 언어의 운율은 그가 선거에서 이기는데 도움을 줬다"며 "존 케리나 힐러리 클린턴이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외쳤다면 어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흑인 역사를 전공한 스펠먼 대학의 젤러니 코브 교수도 "오바마의 스타일과 걸음걸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은 그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게 한다"며 "그가 천재적인 이유는 이러한 것들을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 않게 매우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는 점이며, 이는 결국 그의 정치적인 자산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오바마 특유의 언어와 몸짓이 일종의 정치적 전술이냐고 묻는 질문에 오바마의 한 측근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