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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오자와, 마지막 시험대

이은종

입력 : 2009.03.04 16:15|수정 : 2009.03.04 18:37


일본의 제1야당이자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어제(3일) 오자와 대표의 개인정치조직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국내외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는 니미마쓰(西松)건설의 고위직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두 곳의 정치조직으로부터 오자와 대표의 몇 개 개인정치조직이 거액의 헌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은 타인 명의로 헌금을 하는 행위와 기업이 정당을 제외한 단체에 헌금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착수와 함께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 관리단체인 리쿠산카이(陸山會)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이 단체의 회계책임자인 오쿠보 다카노리(大久保隆規)씨 등 3명을 체포했습니다. 니시마쓰 건설은 회사명을 표시하지 않고 고위급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단체를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대해 오자와 대표는 오늘 『중의원 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수사이며 정치적, 법률적으로도 불공정한 검찰 권력 행사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자와 대표는 『가까운 시일에 혐의가 해소돼 정당성이 증명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사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자와 대표는 또 자신의 퇴진 문제에 대해 양심상 가책을 느낄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대표직이나 의원직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자와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69년 중의원 의원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원에 당선되고 85년 자민당 간사장을 역임한 뒤, 총리직에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갔지만 총리직에 오르지는 못한 정치인입니다.

특히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아소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는 대로 실시될 다음 총선에서 1당으로 올라서 마침내 총리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만큼, 이번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그에게 중대한 위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만큼 오자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수사시점이나 수사의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당 안팎에서 정권이 눈앞에 와 있는 만큼 대표를 교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오자와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사퇴는 없다고 밝혔고, 하토야마 간사장도 오자와 대표의 설명은 명쾌하며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는 등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은 거셀 것입니다. 검찰로서도 수사 성과가 없을 경우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이 뒤따를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칼을 빼 든 것은 상당한 자심감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든 결정적 타격이 예상되는 진검 승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93년 자민당을 탈당한 뒤 전후 처음으로 호소카와 전 총리와 함께 비자민당 연립정권을 세웠고, 그 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직접 나서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총리로 내세우고, 뒷자리에 머무르면서도 일본 정계의 실력자로 군림해온 오자와 대표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좌절할 것인지, 위기를 딛고 일어서 염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