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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대학에 가겠다고 할까봐 앞이 깜깜.."

입력 : 2009.03.04 15:52|수정 : 2009.03.04 17:21

40대 실직 가장들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


"딸이 대학에 가겠다고 할까봐 앞이 깜깜하네요."

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 4층 취업지원과 앞에는 오전 상담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인데도 여전히 30여명의 남녀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업급여를 신청한 문모(49)씨는 지난해 중반기에 오피스텔 경비로 취업했다가 얼마전 몸이 아파 며칠 입원하면서 곧바로 해고된 실직 가장이다.

그는 "딸이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등록금 마련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학교를 굳이 보내야 하냐는 마음까지 생길 정도"라며 "부모니까 어떻게든 해주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생각만 갖고 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요즘 일자리가 너무 없어 걱정이라는 문씨는 "딸도 졸업한 뒤 과연 취업할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실업급여 관련 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은 박모(40)씨는 유통회사 물류관리쪽에서 일하다가 지난달 인력감축을 당했다고 했다.

그의 입에서는 "4살 먹은 아들과 갓 돌을 지난 딸, 아내를 어떻게 먹여살릴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는 푸념이 절로 흘러나왔다.

박씨는 "일자리를 잃은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 질 것 같아 센터의 도움을 받게 됐다"면서 "부디 일이 잘 풀려서 지금까지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불경기로 실직의 쓴맛을 보고 있는 40대 가장들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 센터의 상담객의 수는 지난해 하루 500~600명선에서 올해 1월 1천명으로 늘어났고 2월에도 800명이나 됐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도 30% 이상 증가하는 등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취업지원과 최일영 팀장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때문인지 40대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실직 충격이야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아무래도 한창 생계를 책임져야 할 나이대인지라 더 빨리 취업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상황은 서울의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서울 동부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를 찾은 송모(47)씨는 지난 10년 동안 중앙선 열차 객실에서 물건을 파는 일을 해오다가 지난해 12월에 권고사직을 당한 케이스.

그는 "그나마 아내가 서비스 업종 직원으로 취직해 다행이지만 미안하고 내가 너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면서 "대학 2학년생인 딸의 등록금도 문제고 고2인 아들도 대학에 가게되면 등록금 감당을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당장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괜찮다는 심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딸 교육은 시켜야 할 상황이라 뭐든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실업급여쪽 창구가 붐비기 시작해 요즘에는 아침마다 민원실 안이 수백명의 상담객들로 새까말 지경"이라면서 "실업급여 담당자는 모두 12명인데 한 사람당 하루 120~150여명씩을 상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직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선족 등 외국인 노동자가 대세를 점하고 있던 인력시장의 국적 비율도 변하고 있다.

이날 오전 남구로역 인근의 한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 길림성 출신의 일용직 노동자 한모(56)씨는 "중개소 거쳐 건설현장에 나가는 사람의 80~90%는 조선족인데 최근 한국사람들의 수가 2~3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한씨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공사판으로 몰리는 모양"이라면서 "이래저래 조선족들은 일거리를 구하기 힘들어졌다. 얼마전부터는 정부가 인력중개소에 조선족을 쓰지말고 한국인만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족을 위해 한창 일해야 할 40대들이 실직의 한파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날 통계로 증명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1월 40대의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3만1천5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1천232명)보다 48.7%(1만340명) 늘어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