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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무산' 은행법 최대 쟁점은

입력 : 2009.03.04 11:58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3일 자정 폐회한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로 인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위의장까지 참여해 협상에 나섰지만 양측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책이 너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경제 회복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기업이 은행의 `사금고'가 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소유지분 한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10%까지 완화, 경제위기에서 은행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이 금산분리 완화로 은행을 지배할 경우 소수 재벌기업에 대한 경제적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현행체제 유지를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은 금융분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실제 효과에 상관없이 대기업들이 유보금을 은행에 투자할 길을 터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규제를 완화해도 금융위기에서 대기업이 실제로 은행에 투자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더 이상 외국자본에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외국자본도 국내자본과 똑같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로 인해 여야는 지난 2일 쟁점법안 협상을 타결한 뒤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소유지분 한도와 산업자본의 사모펀드투자회사(PEF) 출자 한도를 연계해 협상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협상 초반 기업의 은행지분 한도를 10%, PEF 출자한도를 20%까지 낮추거나, 은행지분 한도를 8%, PEF 출자한도를 20%로 각각 조정하는 두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8%, PEF 출자한도를 15%로 하자며 반대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로 넘어간 3일 오후부터 진행된 양당 정책위의장 협상에서도 민주당이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9%, PEF 출자한도를 18%로 하는 수정안을 가져오면서 양측은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막판에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내용을 법사위에서 고치는 것은 월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처럼 여야 조율 작업이 진통을 겪은 것은 개정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 입장을 많이 반영하지만, 민주당은 지지세력인 시민단체의 편에 서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양측은 냉각기를 거쳐 다시 협상에 나설 예정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은행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민주당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민생법안이 아닌 만큼 지금 은행법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