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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2차 입법전쟁, 1차 때와 이것이 다르다

박병일

입력 : 2009.02.28 14:29


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2차 입법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연말연시 1차 입법전쟁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차 입법전쟁이 야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면 이번 2차 입법전쟁의 양상은 현재까지는 여당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정치현상이나 흐름은 각 정치행위들이 어떻게 맞물려 가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1차 전쟁과 2차 전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편의상 1차 입법전쟁은 '1차'로 2차 입법전쟁은 '2차'로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 발발

1차는 외통위에서 여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차는 문방위에서 언론 관련법을 기습 상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정상적인 절차대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여당은 어떻게든 판을 흔들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습니다. 강행처리와 기습상정이라는 형식만 다를 뿐 여당이 선제공격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2차 때는 여당이 미리 들어가 문을 잠그고 강행처리했던 1차 때와 달리 회의도중에 기습적으로 상정했습니다. 치밀한 시나리오로 야당의 허를 찔렀습니다. 22개나 되는 법안 명을 일일이 부를 경우 기습상정이 어려운 만큼 일주일 전인 2월 19일 문방위 회의에서 여당 소속인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법이란 22개법을 말한다'고 명시해 속기록에 남기는 등등의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2) 사전 준비

1차 때 외통위에서의 강행 처리는 해머를 동원한 야당의 폭력사용으로 양비론으로 흐른 측면이 있었습니다. 해머가 동원되지 않았다면 여당에 대한 일방적 비난여론이 형성됐을 겁니다. 당시 여당은 FTA 비준안 처리로 판을 흔든 뒤 야당의 극렬한 반발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상황은 여당의 계산대로 흐르지 않았습니다.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사실상 본회의 강행처리가 불가능해졌고, 여당 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형오 의장은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1월 6일 어정쩡하게 된 여당은 야당과 타협할 수밖에 없게 됐고, 1차전은 야당의 승리로 끝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2월 입법전쟁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 왔습니다. 반면 야당은 승리감에 젖어 여당의 치밀한 준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25일과 26일 사이에 문방위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언론 관련법을 직권 상정할 것으로 예측이 됐지만 야당은 설마 25일 회의도중에 기습상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처럼 여당은 1차전 때의 양상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2차전에 대비한 사전 준비를 해오는 동안 야당은 1차전 이후 달라지는 국회 상황과 정치 지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3) 상정 논란과 명분 싸움

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상정 싸움'입니다. 2월 국회는 2차 대전을 앞둔 '법안 상정 전쟁'이 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여당은 법안을 상정하자는 입장을 폈고, 야당은 상정을 거부하며 지연작전을 폈습니다. 상정이라 함은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입니다. 야당은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을 거부한 셈입니다. 물론 여야 간 대치로 법안이 계속 상임위에 묶여 있을 경우에는 법안 상정이 이뤄진 상태냐 아니냐에 따라 국회의장이 본회의 직권상정을 하는데 있어 '명분상'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야당이 의장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던 이윱니다.

하지만 야당은 상정을 지연시키는데 주력하느라 여당이 상정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법안심의를 시작하느냐며 명분을 축적해 가는 것을 허용해야 했습니다. 야당이 이런 진퇴양난의 돌파구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의를 들고 나왔지만 여당이 쟁점법안마다 국회 밖에서 논의하자는 거냐며 '국회 책무 방기론'으로 맞서면서 결국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는 풀 수 없다는 명분만 쌓아준 꼴이 됐습니다.

야당이 상정을 저지하면서 여야 간에 절충이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켜 사회적 논의로 확장시키려는 전략을 썼던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당에게 직권 상정의 명분을 쌓아주는 효과도 된다는 점을 간과한 듯 보입니다. 결국 야당은 여당의 기습상정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여당 측이 기습상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명분도 쌓아준 셈이 된 겁니다.


(4) 결속력

여당은 문방위 기습 상정을 준비하면서 득과 실을 면밀히 분석했을 겁니다. 일단 1차전 때 패배한 상황에서 2월 국회를 이대로 끝냈다가는 거대 여당으로서의 무기력함과 자중지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절박감도 있었을 겁니다. 반면, 1차때 FTA 강행처리로 비난 여론이 거셌던 데다, 언론 관련법 등 일부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이 상당히 부담이 됐겠지만, 그냥 주저앉을 경우 잃는 것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여당이 비교적 찬성여론이 높은 쟁점법안 (이를테면, 사이버모욕죄 도입이나 출총제 등) 보다 반대여론이 높은 언론 관련법을 기습상정 대상으로 잡은 것도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동시에, 정치의 판을 최대한 흔들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여당의 계산은 일단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당내 결속력과 소속 의원들이 '뭔가 되려나 보다'하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사기 진작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여론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만, 문방위 상정이 25일이고 본회의가 3월 2일이나 3일에 열릴 것인 만큼 비난 여론이 득세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는 판단도 했을 겁니다.

당초 여당은 국회의장이 언론관련법까지 직권상정 해주겠냐는 판단을 했었지만, 국회의장이 여야가 절충에 실패할 경우 직권상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중을 강하게 밝히면서 욕심도 내고 있습니다. 차제에 밀어붙여 아예 처리해 버리자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양상입니다. 언론관련법을 계속 논의해 나갈 경우 여론의 반발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에 밀리게 돼 종국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크게 욕 먹고 말자"는 얘기가 여당 내 곳곳에서 들립니다.

이런 여당에 비해 야당은 결속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1차 때와 다른 양상입니다.1차 때 야당은 본회의장을 사전 점거하고 등산용 자일로 몸을 서로 묶어 극력 저지에 나서면서 지지자들로부터 갖은 격려로 당내 결집력을 높이는 효과를 봤습니다. 다수의 힘에 몰린 소수 약자의 저항이라는 동정심도 얻어낼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2차 때는 치밀한 여당의 선제공격에 밀려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한 상황입니다.


(5) 산발적 국지전

게다가, 여당은 여러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과 처리를 놓고 산발적인 국지전을 벌임으로써 야당이 어느 한곳에 집결하지 못하도록 전선을 넓혀 놓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상임위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되게 함으로써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수밖에 없도록 명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상정이나 처리 저지 등 지연작전을 쓰면서도 야당 소속 유선호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를 정상 가동해 경제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의장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포석이지만 다른 상임위에서의 충돌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차 때는 외통위 파동이후 모든 상임위가 정지되고 본회의장 하나로 전장이 집결됐지만 2차 때는 이처럼 각 상임위별로 국지전적 충돌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선이 넓으면 막는 쪽이 불리하고 수적으로 많은 쪽이 유리합니다.


(6) 본회의장 점거

무엇보다 1차와 2차의 최대 차이는 본회의장 점거 여부입니다. 민주당은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1차 때 본회의장 사전 점거를 감행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직권상정을 막는 효과와 더불어 당 소속 의원들의 결속력과 MB악법 저지라는 슬로건으로 점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낮추고 몇 일 씩 밤과 낮을 세는데 대한 지지세력의 동정 여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2차전 때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1차 때의 학습 효과가 작용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본회의장이 점거되지 못하도록 2중 3중의 방책을 마련했습니다. 어제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집회를 하려 하자 출입통제 제한 조치를 취해 야당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이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본회의장 내부 점거가 어려운 만큼 야당 측이 본회의장 정문을 2중 3중으로 지키고 서게 되면 본회의 개의 시 상당한 충돌이 일게 될 것이고, 회의자체가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1차 때 불과 150여 명의 경위들로는 5백여 명의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한 사무처가 선제 조치를 취한 겁니다. 국회 사무총장은 여당 출신입니다.


(7)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1차 때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권한을 쓰는데 매우 신중했습니다. 여당이 그토록 요구해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여야 간에 충분히 대화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려 85개나 되는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습니다.

2차전에 대비하면서 여당은 이런 점을 해소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상임위에서 논의를 해가면서 야당이 지연작전을 쓰면서 상정조차 거부하니 논의가 시작될 수 없지 않느냐며 명분을 쌓아 갔습니다. 동시에 1차 때 85개나 됐던 법안 가운데 쟁점이 크지 않은 법안들은 상당부분 처리했습니다. 2차 때 여당이 추진하는 직권상정 대상 법안은 20개 정도입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준 셈입니다.

한마디로 여당은 의장이 직권상정 권한을 쓸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주고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을 써 왔습니다. 반면 야당은 상정 지연에만 매달리는 전략 부재를 보여줬습니다. 과거에 야당은 국회의장을 감금해 직권상정을 막는 방법도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그럴 경우 자칫 김형오 국회의장이 사회권을 여당의 이윤성 부의장에게 넘겨버릴 경우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 뻔해 그 방법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김형오 의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힘들 겁니다. 직권상정을 어느 범위까지 해줄 지도 미지숩니다. 조건부 직권상정 얘기도 나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1차때와 2차때 결과를 비교할수 없는 항목 가운데 하나가 국회의장의 결정입니다.


(8) 여야 협상

협상에 임하는 여야의 입지도 달라졌습니다. 1월 6일 협상 때 여당은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본회의장 점거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협상에 힘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이번 2차 때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사와 야당의 저지 방안 마련이 어려운 점 등 때문에 야당 쪽이 불리한 상황입니다.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또 언론관련법에 대한 여론의 촉각이 무뎌진 점도 야당으로서는 불리한 환경입니다. 무릇 협상이라 함은 서로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고 하는 일종의 거래지만 주고받는 조건에 있어 여당쪽의 입지가 훨씬 유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2-3일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다양한 조건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면 여당과 야당의 입지는 급격히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야당은 지금 그런 변수를 찾는데 몰두할 것입니다. 반면 여당은 지금까지의 변수를 현재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설득해서 더 많은 소득을 얻어내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본회의가 예정된 3월 2일을 이틀 앞두고, 국회는 예상외로 조용합니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비상 대기령을 일단 해제했고, 야당은 직권상정에 대비한 타개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은 모레내지 3일에 있을 직권상정 전쟁을 앞두고 여야 간에 치열한 머리싸움과 물밑 전쟁이 진행될 겁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