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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마케팅②] 팔아야 산다! '단순기능상품'으로 공략

홍순준

입력 : 2009.02.25 11:12|수정 : 2009.02.25 13:02


여러 기능이 합쳐진 '컨버전스'상품이 대세였습니다.

가스렌지에 오븐을 끼워넣고, 그 아래 식기세척기를 부착하고 휴대전화에도 mp3기능은 물론 고화질 카메라 등 각종 부가기능이 합쳐진 '하이엔드' 제품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선 슬그머니 복고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다기능의 '거품'을 빼고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디버전시'상품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거죠. 물론 가격이 쌉니다. 원래 기능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얇아진 소비자의 지갑을 반영한 거죠.

제조업체뿐 아니라 이젠 아예 대형마트에서 이런 단순기능 상품을 함께 기획하고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 단순기능 가스렌지

이마트에선 지난해 11월, 그릴과 건조기 등의 기능을 뺀 예전 모습 그대로의, 그러니까 '버너' 두개와 스위치 2개만 달린 가스렌지를 제조업체와 함께 기획해 출시했습니다. 화력은 셉니다. 본래의 기능면에선 아무 문제 없습니다.디자인은 단순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버너 옆으로 국물이 샐 우려는 생겼습니다. 닦기만 잘 하면 뭐...별 문제는 없습니다.

버너 재질이 좀 다르다고 하더군요. 비싸지 않은 강철이라고요. 하지만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대단합니다. 복합형 가스렌지가 70만 원 가까이 하는 고가인데 반해, 이 단순 가스렌지는 4만9천 원에서 5만9천 원선입니다. 디자인에 약간 신경썼다고 하면 9만 원선입니다.

11월 초 열흘동안 복합형 렌지가 143대 팔린 반면, 이 단순 가스렌지는 무려 1,316대가 완판됐습니다.

- 단순기능 세탁기

웬만한 가정에선 이젠 드림 세탁기가 대세입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역시 '흠'입니다. 그러다 보니 불경기인 지금, 매장에선 10여년 전의 통돌이형 세탁기 진열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요맘때만 해도 드림형:통돌이형의 진열 비율이 8:2 었는데 지금은 7:3 정도라고 합니다.

지난해 드럼 세탁기 판매는 8%가 줄었지만 통돌이형 세탁기는 25%나 늘었습니다. 통돌이형 세탁기는 보통 32만 원에서 38만 원 선입니다. 드럼 세탁기의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이죠. 이마트에선 얼마전 필터를 매직필터 대신 거름망 필터로 바꾼 27만 원짜리 세탁기를 선보였는데, 역시 품절됐습니다.

- 기타

MP3도 화면없이 플레이 기능만 갖춘 2만9천 원짜리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고, 뚜껑없는 변기커버도 30% 정도 값을 내리니까 매출이 30%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서브 개념의 노트북도 인터넷 사용이나 문서 작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용량을 줄여서 70만원~80만원대에 출시되고 있는데 역시 엄청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시장도 비슷합니다. 물론 7,80만 원대의 스마트폰이나 터치스크린폰 시장은 여전하지만, 통화기능 위주의 30만 원대의 보급형 휴대폰(삼성전자 출시)도 6개월동안 60만대나 팔려나갔다고 합니다.(물론 소비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으니 실제론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겠죠) 당초 어르신을 위해 내놓은 실버폰도 실속파 젊은이들에게 잘 나갑니다.

팔아야 산다.

불경기 속 고객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다 보니 업체들도 '기능 빼기'와 '가격 거품 빼기'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