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갈등구도의 양대축인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최근 접점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3월초로 예정된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 당협위원장 인선, 4.29 재.보선 후보 선출 등 지뢰밭같은 정치일정을 앞두고 각 계파내 '온건파'들이 충돌을 막기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
이 같은 움직임은 21일 부산에서 열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친박계 중진의원들의 조찬회동 이전부터 감지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홍사덕 김무성 이경재 이해봉 의원 등 친박 중진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대선과 총선 과정의 앙금을 풀자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 모임은 최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친박 중진의원들에게 자리를 요청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BBK 갈등 등은 지난 일이니 털어버리자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또한 친이계 핵심인 공성진 최고위원도 지난 14일 친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중진과 골프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후문이다.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해도 적지 않은 성과였다는 게 한 참석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전 부의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로 옆방을 사용하는 김무성 의원 사무실을 2월 초순부터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조찬 회동 이전부터 양측의 왕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물밑왕래가 계속되면서 계파간 입장이 상반된 당내 현안에 대한 조정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당내 최대현안인 친박 복당지역의 당협위원장 인선문제와 관련, "일단 내년 지방선거까지 친박계 의원과 친이계 원외위원장이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는 방안과 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되 지방선거 공천시 양보한 쪽의 몫을 일정부분 인정토록 약속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선 등을 통해 당협위원장을 결정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는만큼 각자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 이 같은 조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계파간 긴장 완화에 적지않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문제에 대해선 친박계가 기존의 `전쟁불사' 방침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이 싸움을 걸어오지 않으면 나도 아무말도 안할 것이다.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타협하자고 하면 타협도 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또한 당내 일각에선 친이계인 정종복 전 의원과 공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친박계의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천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친이계 내부에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김무성 의원이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는 것도 양 계파간 화해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이계의 한 초선의원은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이라며 "김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잘 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 계파간 근본적인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만큼 이 전 의원의 귀국과 당협위원장 인선, 4.29 재선거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조정시도가 무산될 경우 본격적인 계파간 전면전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이계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당내에선 무조건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는 친박계 일부 인사를 가르켜 '팥쥐파'라고 부른다"며 "친박계 내에 팥쥐파가 엄존하는 한 전면적인 화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