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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독립영화 '낮술'

남상석

입력 : 2009.02.19 16:42|수정 : 2009.02.24 19:01


남상석의 영화이야기낮술(감독: 노영석, 주연: 송삼동, 김강희, 이란희, 15세 관람가)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유쾌한 독립영화입니다. 제작비 1천만원의 초저예산 영화로 화려한 스펙터클 액션이 없어도 두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을 재미있게 잘 끌고가 보는 내내 킥킥거리며 '저 녀석 좀 보게. 내 저럴 줄 알았어.'하며 보게 됩니다. 영화가 주는 교훈이라면 '술로 일어선 자 술로 망한다.'정도가 될까요. 아니 '빌빌대는 녀석은 술이라는 유혹 앞에 번번이 무너지는 바람에 제대로 일어서보지도 못한다.'가 더 가까울 것 같네요. 

실연당한 혁진(송삼동)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즉석 정선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의기투합합니다. 다음날 아침, 쓰린 속을 달래며 버스에 몸을 싣고 혁진은 정선에 도착하는데 친구들은 콧빼기도 안보입니다. 술자리에서 한 약속은 약속이 아니라는 진리를 잘 몰랐던 것이죠. 한 녀석이 오늘이 바로 5일장이라는 호언장담도 사실과 달라 썰렁한 정선 시내에서 방황하다가 늦은 아침에 반주를 곁들이고 친구 선배가 한다는 펜션을 찾아가는데 술김에 상당히 먼 길을 걸어서 찾아갑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혁진의 여행에 이때부터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하면서 흥미로운 5박 6일의 '강원도 오딧세이'가 시작됩니다. 처음만난 여자가 담배를 빌려달라더니 그에게 경포대 여행을 같이 가자고 제안하질 않나, 버스 옆자리에 앉은 개성있는 외모의 여성은 혁진을 귀찮게 하고 혁진이 이를 외면 하자 욕을 퍼붓습니다. 고생 고생 생고생을 하던 혁진은 결국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또다른 유혹이 벌리는 커다란 아가리에 씨~익 웃으며 발을 들여놓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낯선 여행길에 나섰을때 겪을 수 있는 각종 해프닝을 담았습니다. 황당한 해프닝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혁진의 여정이라는 큰 틀에 잘 녹여넣으며 영화를 잘 구성합니다. 여행길에 오르는 남성들이라면 한두번쯤은 품어봤을 법한 판타지들을 풀어놓지만 그 결말은 항상 초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리얼리티를 획득합니다. 술과 여자, 두가지 모두 대다수 남자들이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적인 요소인데요. 혁진의 우유부단한 성격까지 한 몫하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전개됩니다. 보다 가볍고 코믹한 느낌의 홍상수 영화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더군요.

단돈 천만원의 제작비에 10회차 촬영이라는 열악한 조건아래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것은 감독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노영석 감독은 제작, 감독, 각본, 촬영, 음악, 편집까지 도맡아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한때 뮤지션의 길을 꿈꿨던 사람답게 영화에 삽입된 음악도 들을만 하더군요.

지난해 전주영화제 '제이제이 스타상'과 '관객 평론가상'을 시작으로,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과 '특별언급'(아차상에 해당)을 받았고, 토론토국제영화제와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데 힘입어 2월 5일 정식 극장개봉을 합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