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서 총리와 마주쳐 치료길 열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국의 백혈병 어린이가 기차역에서 우연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고향인 톈진(天津)시 현지시찰을 마친 원 총리는 16일 오후 2시49분께 베이징으로 돌아가기 위해 톈진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와 마주치게 됐다.
'서민총리'인 원 총리는 어린이가 백혈병에 걸렸으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치료를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수행원들에게 치료를 지시했다.
국무원판공청 관계자는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에 사는 두살배기 남자 어린이 리란(李瑞)이 총리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베이징 아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판공청 직원들도 리란을 돕기 위해 기부금 1만5천위안(300만원)을 모아 부모에게 전달했다. 리란의 아버지 리구이수(李貴樹·37)는 장자커우에서 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민이다.
리씨는 "란이가 안색이 창백하고 몸에 열이 자주 나 감기에 걸린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6월11일 장자커우시 부속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병원에서 3개월동안 치료를 받고 병원비 6만위안(1천200만원)을 낸 뒤 퇴원했다"면서 "3개월 뒤에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지만 돈이 없어서 검사를 못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깨 800근을 팔아 2천위안(40만원)의 돈을 마련한 뒤 톈진혈액병연구센터에 와서 검사를 받았으나 검사 비용에도 턱없이 모자라 치료를 포기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톈진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자 앞줄에 대기 중이던 승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말을 나누다가 리란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
당시 리란은 엄마의 품에 안긴 채 두번째 줄에 서있었다. 그러나 원 총리가 갑자기 "톈진에 무슨 일로 왔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사연을 듣고 모친의 손을 잡으며 "치료를 받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리씨는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사회에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총리에게 감사의 편지를 쓸 생각인데 아직 뭐라고 쓸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중국인 상당수는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병원에 값비싼 의료비를 먼저 지불하고 나서 영수증을 제출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서민들은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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