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돈 좀.." '메신저 낚시범' 구속

훔친 아이디로 메신저에 접속한 뒤 지인을 가장해 급전을 송금받는 일명 '메신저 피싱' 사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이같은 범행을 주도한 혐의(사기 등)로 황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들이 사용한 대포통장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57)씨 등 7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S사 메신저 사용자 16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메신저에 접속한 뒤 박모(33.여)씨 등 피해자 19명에게 지인을 가장, 급전을 요구해 모두 1천여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메신저 사용자들이 편의를 위해 '친구'나 '선배' 등으로 지인들을 분류해 놓은 점을 이용해 "친구야 공인인증서가 없는데 대신 돈 좀 부쳐달라"거나 "후배야 급전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로부터 10만∼100만원씩 이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 등은 해외에서 접속해도 국내 아이피(IP)처럼 인식되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메신저에 접속함으로써 미심쩍은 해외 IP들을 차단하며 메신저 피싱 피해예방에 나선 S사의 보안망을 피해다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해외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5억대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던 황씨 등은 도박사이트와 메신저 피싱으로 챙긴 돈을 같은 대포통장으로 송금받아 관리하면서 경찰이 도박참가자와 사기 피해자를 가려내는 데 혼선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황씨 등이 도용한 S사 메신저의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지난해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와 동일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업체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추가로 확보한 대포통장 6개에서 7억원 상당이 입.출금된내역을 확인하고 이 돈의 입금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한편 황씨가 인터넷 금융거래 등을 했던 개인 쇼핑몰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은 범행에 사용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취득했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인터넷 IP관리업체들이 접속기록을 3개월까지만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황씨 등의 범행을 적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