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존재감'이 부쩍 높아지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회동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15일 밤 방송된 KBS의 한 토크쇼에서 향후 자신의 정치적 거취와 관련된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각종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는 것.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냐, 2012년 차기 대선 도전이냐'에 대해 그는 "둘 다 할 수는 없고, 둘 중 하나를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물론 정 최고위원이 사석에서 자주 해온 얘기이긴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어느 쪽에 `방점'이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 6일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을 열었고, 아산정책연구원을 한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육성하기 위해 규모 확정에 나서는 등 '대권 로드맵'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로서 친이(친 이명박) 진영의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친이-친박 계파가 확실히 양립해있는 상황에서 오랜 무소속 경험에 따른 당내 기반이 없는 데다 아직도 꼬리표처럼 달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주주 이미지 등은 여전히 그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은 최근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포스트 이명박'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차제에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이중의 정치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것.
특히 정 최고위원이 지난 8일 당내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모임에 참석하는 등 친이 진영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친이 진영에서는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긍정적 견해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대기'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실질적으로 당내에서 정 최고위원만큼 표가 되는 사람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그러나 "아직 4년이나 남았는데 많은 우여곡절과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이 확실한 차기 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고 유보적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아직도 정치를 잘 모르는 것 같고, 인간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별로 없으며, 친이계에서 친박 견제를 위해 잠시 활용하는 카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없지 않다.
한편 친박(친 박근혜) 진영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정 최고위원을 차기 대권의 경쟁 상대로는 보고 있지만, 그가 친이 진영의 대표 주자로 낙점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친박 성향의 한 의원은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와 경쟁할 사람으로 정 최고위원 정도를 꼽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든 우리로서는 특별한 관심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에 참여할 뜻을 접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정 최고위원이 친이 진영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한 관계자는 "이재오, 김문수 등 당내 '잠룡'들이 많지만, 대중적 인기도나 스타적 기질 면에서 박 전 대표와 경합할 인물은 결국 정 최고위원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보면 정 최고위원이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주자로 설 수 있느냐 여부는 여권내 권력지형과 역학관계 등 다양한 변수들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그의 최근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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