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불황 우울증'이란 게 퍼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비관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SBS는 긍정적인 삶의 방식으로 불황 스트레스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의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그 첫 순서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가는 묵언마을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유병수 기자입니다.
<기자>
인적이 드문 야산에 침묵을 안고 서있는 묵언마을.
삶에 지쳐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자영업 실패의 충격으로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김 모 씨도 소문을 듣고 이 곳을 찾았습니다.
[김모 씨/자영업 파산자 : 도저히 방법이 없더라고. 나 없어지면 우리 식구들이 괴로움은 안받겠지. 죽으려고 해도 죽어지지 않더라고.]
하지만 김 씨는 절망을 버리고 작은 희망을 잡았습니다.
생을 돌아보는 사흘간의 묵언기도에 이어 스님과 면담하면서 파산절차 등을 통해 회생의 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김 모 씨/자영업 파산자 : 처자식 만나서 사과하고, 내가 마음잡고 자리 잡을 때까지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 달라고, 기다려 달라고.]
묵언마을의 설립자는 지개야 스님.
도의원까지 지냈던 스님은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하는 현실을 막겠다며 5년전 출가한 뒤 전 재산 30억 원을 털어 이 곳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따뜻한 소통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지개야/스님 :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그 쌓인 화를 풀어낼 곳이 없으니까 막다른 골목에 가서는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거야.]
요즘 들어 자살결심을 하고 찾아오는 상담객이 부쩍 늘어난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픕니다.
[지개야/스님 : 이제는 내가 먼저 울어. 같이 울어. 눈물이 안날 수가 없어, 들어보면.]
스님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역설적 긍정으로 희망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지개야/스님 : 희망이라는 끈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든지 살 수 있는 거야. 불구덩이에서도 살 수 있어. 얼음 바닥에서 살 수 있어. 물속에서도 살 수 있어. 희망을 놔 버리면은 죽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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