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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무대'서 혼쭐난 가이트너 재무장관

입력 : 2009.02.11 10:21

최대 2조달러 투입계획에 시장반응 '싸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데뷔 무대에서 단단히 혼이 났다.

가이트너 장관은 10일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최대 2조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으나 월스트리트는 야멸차게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세금 불성실 신고 문제로 상원 인준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던 가이트너는 장관 취임후 처음으로 내놓는 플랜인 금융시장안정 방안이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속에 혼신의 힘을 다해 계획을 짜고 발표시점도 하루 늦춰가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러나 그의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뉴욕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381.99포인트(4.62%)나 폭락, 7,800선으로 밀렸다.

가이트너가 발표한 금융안정계획의 대강 살펴보면 일부 내용은 극약처방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2조원에 달하는 투입자금의 규모도 규모지만, 방식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내용이다.

연방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민간부문과 함께 '민관 투자펀드'(PPIF)를 설치해 최대 1조달러를 들여 금융위기의 핵심에 있는 부동산 관련 자산을 인수키로 한 것과, FRB의 긴급유동성 지원창구인 자산담보부증권대출창구(TALF)의 지원규모를 2천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늘린 것이 이번 발표의 골자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FRB가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대출을 직접적으로 독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FRB가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정부가 직접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이 재원으로 가계.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고 내부에 비상금으로 쌓아두기만 했다.

FRB는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하는 경우 이 대출자산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인수한 대출자산이 연체 등으로 부실화될 경우 재정에서 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인수한 대출자산이 부실화되더라도 재정에서 보전한다면 FRB로는 훨씬 더 공격적으로 금융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금융회사로서는 대출에 따른 부담을 FRB가 대신 짊어지기 때문에 대출영업을 활발하게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정부와 FRB와 손잡고 꽉막힌 대출시장을 뚫을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장 내 손에 얼마의 돈이 들오는지 알 수 없는데, 계획이 아무리 멋진들 무슨 소용인가"라는 식이다.

가이트너와 FRB가 내놓은 방안에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들어있지 않는 것이 실망의 주된 이유다.

주요 금융회사들의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정보 부족을 토로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골격만 발표했을 뿐 세세한 내용을 빼먹는 바람에 오히려 실망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발표 일정을 하루 늦춰가면서까지 내놓은 계획이 이 정도라면 세부계획도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가이트너는 CNBC와의 회견에서 "금융위기가 엄청나게 복잡하게 얽혀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를 푸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신용경색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단편적인 처방으로 시장의 내성만 키워온 재무부와 FRB가 금융안정계획의 후속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면 시장이 냉담한 초기 반응이 풀릴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